5년 마다 바뀌는 대통령에게 속아서 10년을 흘려 보낸 사람이 있다. 대통령들이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약속을 믿었던 중소기업 사장님들 얘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믿었다. 뒤늦게 현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
기대가 높을 수록 실망감도 큰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당시 을지로위원회 등을 통해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에 나서겠다고 공약했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새해 첫 업무일 정부부처 합동 신년회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이 곳에서 새해를 시작하도록 불러모았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거꾸로 흘러갔다. 전체 기업수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가져가는 영업이익은 25%에 불과하고, 0.3%의 대기업은 57.3%를 챙긴다는 통계청 조사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앙회는 차기정부 최우선 과제로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손꼽았을 정도다.
경영환경이 더 나빠졌는데 평가가 좋을리 없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불만족이 28.3%다. 만족한다는 응답은 16.5%였다. 특히 가장 잘한 중소기업 정책을 물으니 코로나19(COVID-19) 지원이 34.5%로 가장 많았는데, 바로 다음이 '없다(22.3%)'였다.
10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슷하다. 2012년 당선직후 민생을 재차 강조하며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얘기를 했다. 5대 경제단체 중에서도 중소기업을 먼저 만나 주목을 받았다. 당선 직후 대기업 총수와 만난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를 뒀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중앙회가 박근혜 정부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불만족이 52.3%, 만족한다는 응답은 8.7%에 그쳤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두 번이나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 정권도 바뀌고 사람도 달라졌는데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반복된다. 현장에서 중소기업 정책은 지난 10년 간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말 보다는 약속을 실천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