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승인에 업계 "합병 시너지 약화 우려"

정한결 기자
2022.02.22 13:37

[MT리포트] 아시아나, 날개 다나③ 대한항공 "공정위 조건부 승인 수용, 해외 경쟁당국 승인도 최선 다할 것"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5부능선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나오면서다. 이로써 M&A(인수·합병) 심사를 받아야 할 나라들 가운데 약 절반에서 승인이 내려졌다. 미국, EU(유럽연합) 등 나머지 경쟁당국들의 판단에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2.2.22/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1년여 만에 승인하면서 마침내 인수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6개국의 심사가 남은데다가 설령 합병이 돼도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이 향후 거대 항공 통합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승인 받았지만…미국·EU·중국·일본 반독점당국 넘어야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해 1월 14일부터 9개 필수신고 국가와 5개 임의신고 국가에 기업결합신고를 진행한 이래 터키,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에서 심사를 통과했다. 이번에 한국 공정위까지 승인하면서 총 8개국에서 기업결합을 허가받게 됐다.

현재 필수 신고 국가 중에서는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 임의신고 국가 중에서는 영국과 호주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모든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양사의 합병이 최종 성사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EU는 항공업계의 인수·합병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해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샛의 합병에도,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나타내며 결국 이를 무산시켰다.

EU는 이같은 인수합병이 항공업계 내 경쟁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는데 그 핵심 근거로 '회복 가능성'을 꼽는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합병이 이어지고 있지만, EU 판단에 코로나 이후에도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항공사는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항공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독과점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에어트랜잿과 에어유로파가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갔다는 점이다. 스페인 당국은 2020년 에어유로파에 4억7500만유로(6500억원)을 스페인 항공사 최초로 지원했고, 캐나다 정부도 에어트랜잿 합병이 무산되자 지난해 6664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EU 집행위는 "(코로나 이후에도)경쟁사로 남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산업은행이 총 3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규모가 더 크지만 불승인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심지어 해당 건은 EU에서 아직 정식심사가 아닌 예비심사 단계다. EU를 비롯한 대부분의 해외 경쟁당국은 인수 추진 기업이 직접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에 이번 인수의 최종 성사 여부는 대한항공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슬롯·운수권 반납해라"…항공업계 "합병 시너지 효과 하락"
/사진=뉴스1

항공업계 내에서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향후 출범할 거대 통합 항공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양사의 합병이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양사 중복 노선 중 국제선 26개·국내선 8개노선에 대해 국내공항 슬롯 반납, 국제선 11개 노선에 대해서도 운수권 반납을 요구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운임 인상 제한·공급좌석수 축소 금지·서비스 질 유지 등의 조건도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후 약 10년동안 이를 이행해야하며 공정위는 같은 기간 이행감독위원회를 통해 이를 감독할 예정이다.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통해 양사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통합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지만, 시작부터 그 효과가 반감된 셈이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와의 수차례 회의를 통해 이같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외부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데 이행감독위가 10년동안 감시에 나서면 항공사의 경영자율성을 떨어뜨리고 통합 시너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공정위의 시정 조치로 오히려 EU 등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하기 쉽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한민국 공정위의 시정조치가 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이를 참조해 승인을 할 전망"이라며 "다만 항공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점 등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하며 향후 해외지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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