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지어달라" 계속되는 인도 러브콜…삼성 결정은

오문영 기자
2022.04.04 15:56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인도 정부로부터 현지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 규모 인센티브 계획을 승인하며 다수의 반도체 기업에 접촉해왔는데, 삼성에 투자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K. 스탈린 인도 타밀나두 주총리는 최근 현지법인을 통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공장 건립을 요청했다. 스탈린 주총리는 삼성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에 대한 재정 지원 외에도 관세 인하, 인프라 구축, 생산 관련 인센티브 등을 협상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금 지원의 경우 앞서 현지 투자를 결정한 대만 폭스콘과 유사한 수준의 제안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100억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계획을 승인한 뒤로 반도체 공장 유치전을 펴왔는데, 폭스콘이 첫 수혜기업이다. 폭스콘은 투자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받아 첨단 클러스터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의 러브콜 뒤에는 전자제품 제조의 신시대를 열겠다는 포부가 깔려있다. 인도는 현재 750억달러(약 89조원) 수준인 자국내 전자제품 생산량이 2025년에는 4000억달러까지 5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안정적인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인도의 반도체 공장 입주 부탁은 과거에도 여러번 있었다. 2014년 현지 대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반도체 공장 건립을 요청한 것이 알려진 첫 사례다. 당시 삼성전자는 평택에 사상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에 나선 점을 이유로 인도 진출설을 부인했다. 반도체 기술의 유출 가능성도 인도의 제안을 거절한 배경 중 하나였다.

인도 정부의 요청이 반복되는 만큼 삼성의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도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도 투자 결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인도가 유럽과 아시아 중간에 위치해 있고 인재풀이 넓다는 등 장점이 있으나 특별한 수요처를 찾기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아직 인도의 인프라가 검증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업계 한 인사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투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해당 국가 내에 주요 거래처가 있느냐 여부"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시스템반도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각각 세계 최대 수요처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최근 평택캠퍼스 P3 라인과 미국 테일러 신공장 건설 투자를 잇따라 결정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또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P3 라인은 클린룸 규모만 축구장 면적의 25개 크기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총 투자 비용이 5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테일러시 신규라인의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도 반도체 설립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검토 중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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