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값이라도 반영해달라"…이유있는 납품단가 연동제

이재윤 기자
2022.05.29 10:05

[MT리포트]납품할수록 적자, 중기의 비명②필요성 높지만, 원자재 가격기준·변동폭 관건

[편집자주]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는데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단가는 변동이 없다. 이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는 동안 주요 대기업은 지난해 역대급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빈사 상태다. '제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라도 쳐달라'는 게 중소기업의 호소다.

중소기업계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중소기업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이나 납품단가 조정위원회 같은 기존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정부나 업계가 원자재 가격 지수를 마련하고 납품 계약 종료에 맞춰 추가금액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원자재 가격 '변동폭 3%'가 기준이다. 즉 원자재 가격지수가 3% 이상 오르면 납품받는 쪽에서 추가로 금액을 더 주도록 하는 방식이다.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추가분의 2배를 과태료로 내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경우 납품단가를 낮춘다. 대략적인 얼개는 이렇지만 원자재 가격 변동 기준이나 적용 대상은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원자재 가격지표와 변동폭(3%)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하청 경제구조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오랜 기간 동안 논의돼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명박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경제 원칙에 반하고, 해외 아웃소싱이 늘어 국내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반대에 밀려 2009년 의무사항이 아닌 협의로 결론났다. 최근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다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무엇보다 대·중소기업의 양극화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원유와 철광석, 펄프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소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진 반면 코스피 상장 대기업은 오히려 184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의 짐을 중소기업이 진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개선방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구성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2%대 48%로 비슷했다. 그렇지만 이익은 극명하게 갈렸다. 법인수 기준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거머쥔 반면 나머지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25%의 이익을 가져 가는데 그쳤다.

또 중앙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77.9%는 '재료비 상승에도 공공조달 납품가격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답했다. 재료비가 상승한 기업은 91%로 조사됐다. 민간기업들의 납품가격 인상 조치도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대·중소기업 상생 발전을 통한 산업생태계의 성장과 거리가 멀다. 송창석 숭실대 교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등한 협상력을 부여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기는 하다. 이 법에 따르면 계약 체결 후 90일 이상 경과한 시점에 품목의 가격조정률이 3% 이상인 경우 바꿀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법은 포괄적이라 특정 원자재 변동에 따른 경우가 많지 않다. 현실을 반영하기 힘든 셈이다.

이 때문에 중앙회가 지난해 대·중소기업 납품단가 조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상생협력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 중앙회가 대신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지만 거래중단 등을 우려한 중소기업은 한 건도 조정을 신청하지 않았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주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이 1년새 2배 폭등했지만 건설사와의 계약기간이 통상 1~3년이어서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납품단가 조정협의가 있지만 복잡한 절차와 보복조치 우려로 활성화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대의견도 존재한다. 해외나 민간에선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사례를 찾아보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자유 시장경제를 침해하고 정부의 개입으로 민간 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유럽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법제화 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 계약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 경쟁력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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