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할수록 적자, 중기의 비명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는데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단가는 변동이 없다. 이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는 동안 주요 대기업은 지난해 역대급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빈사 상태다. '제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라도 쳐달라'는 게 중소기업의 호소다.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는데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단가는 변동이 없다. 이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는 동안 주요 대기업은 지난해 역대급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빈사 상태다. '제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라도 쳐달라'는 게 중소기업의 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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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박스만 만들었는데 남는 건 빚 뿐이네요. 부채가 25억원 정도 되는데 1~2년 사이에 5억원이 늘었습니다.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는데 납품단가는 그대로이니 방법이 있나요. 어떻게든 공장을 돌려야 하는데 자재대금은 하루만 늦게 입금해도 거래 등급이 떨어지고 단가가 올라가 버려요. 직원들 월급 주고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어쩔 수 없죠." 황청성(66, 원미포장 대표)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의 하소연이다. 그는 1988년 창업해 소위 '종잇밥'을 30년 넘게 먹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그의 회사는 자동차 부품용 박스를 중견·대기업에 공급해 연매출 20억~30억원 가량을 올리는 알짜기업이었다. 그런 회사가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섰다. 박스업계는 제조·유통구조상 원자재 가격 인상에 민감한 업종이다. 하지만 납품단가 결정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원재자 비중이 40~50%에 달하고 중견·대기업(제지·골판지업체)으로부터 원자재를 사서
중소기업계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 중소기업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처지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이나 납품단가 조정위원회 같은 기존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효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납품단가 연동제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정부나 업계가 원자재 가격 지수를 마련하고 납품 계약 종료에 맞춰 추가금액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원자재 가격 '변동폭 3%'가 기준이다. 즉 원자재 가격지수가 3% 이상 오르면 납품받는 쪽에서 추가로 금액을 더 주도록 하는 방식이다.이를 지불하지 않으면 추가분의 2배를 과태료로 내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질 경우 납품단가를 낮춘다. 대략적인 얼개는 이렇지만 원자재 가격 변동 기준이나 적용 대상은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원자재 가격지표와 변동폭(3%) 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데이
윤석열 대통령이 5대 그룹 총수들에게 대·중소기업간 신동반성장을 주문하면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하반기 시범운영을 검토하고 있고, 여야 역시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제단체 중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대통령실로 초대하면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날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윤 대통령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강조한 것이 이런 해석의 배경이다. 이는 당초 납품단가연동제를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가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검토 과정에서 법제화가 어렵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진 것과 대비된다. 야당 시절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에 미온적이었던 여당의 분위기도 최근 달라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연이어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그동안 반대했던 표준계약서 도입에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야당 역시 적극적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납품단가 연동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부가 민간 계약에 개입해 시장경제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세밀한 설계가 뒷받침 돼야 합니다. 시장경제 침해를 최소화 하면서도 대기업이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요구됩니다. 금융권에 도입된 '금리인하요구권'과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면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진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장(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공시제도를 활용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조정 실적을 공시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올해 초 학회장에 임명된 김 회장은 중소기업 육성·보호 정책 등 경제·금융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공시제도를 활용한 김 회장의 제안은 납품단가 연동제 부작용을 최소화 하려는 '신중론'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민간 계약에 관여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김 회장은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는 건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고,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부작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