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가까워진 韓日, 자원경쟁·공급망 교란 속 서로 보호해야"

대담=강기택 산업1부장, 정리
2023.05.10 04:05

[머투초대석]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가치동맹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미국·일본)끼리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국가들(중국·러시아)과는 기능적으로 가깝게 지낼 수 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긴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앞으로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이고, 어떤 친구를 우선 사궈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한·미·일 관계 강화로 중국과 러시아가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국가가 되고 싶기 때문에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에게 기댈 수 밖에 없게 될 것인데, 이런 상호의존적이고 기능적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 "우리가 먼저 움직인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잘 지내길 원한다"며 "두 나라는 첨단기술, 자원확보 경쟁, 공급망 교란 속에서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김 대행은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굉장히 기여했고, 이를 통한 이익은 계산할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우리가 강력한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의 우방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고, 미국인들에게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기시다 일본 총리와 경제6단체장이 만났습니다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

▶지난번 우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보다 기시다 정부의 입장이 상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과거 외무상이었을 때 이뤄낸 위안부 문제 합의가 깨진 뒤 한국에 대한 신뢰가 낮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기술협력을 통한 제3국 공동진출 문제, 수소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협력문제 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전에는 '한일 간 경제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반도체, 에너지, 후쿠시마 원전 등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과거에는 대화를 해도 여론을 의식해 매우 부담스러워했으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먼저 이니셔티브를 쥐고 한일 관계 정상화를 해 왔는데,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발목만 안 잡으면 됩니다. 정치권은 한일 관계를 이용해 표를 얻으려 합니다. 집권정당도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정권 지지도가 높아지니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감정을 앞세워 필요 이상으로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도,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가서 가까이서 지켜 보셨습니다.

▶성과를 MOU 등의 숫자로 따질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굉장히 기여했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노래는 우리 나라와 국민의 격을 높였습니다. 매우 철학적이고 시사적인 이 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부른 게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불렀던 것입니다. 대통령 나이 세대가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휴일에 1960년대 70년대 가요대전, 대학가요제 영상을 찾아봤는데 1970년대 나온 그룹 활주로의 '탈춤'을 보면서 BTS나 블랙핑크가 그냥 나온 게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방미 기간 동안 우리가 강력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우방이라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역사의 큰 흐름에 있어서 중간중간 진보세력 등이 일시적으로 권력을 잡을 순 있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로 갈 수 밖에 없는 국가라는 것을 대통령 연설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이런 나라가 동북아에 굳건히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IRA 법안(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것으로 한국을 다른 나라와 똑같이 구속하고, 반도체법, 보조금 정책 등으로 우리에게 불이익을 줘서 되겠냐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미국 지도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틀이 훼손되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이 동맹으로서 대우를 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갖게 하는데 영향을 줬습니다.

-미국은 최근의 한일관계 개선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두 나라가 정말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미국은 어느 편을 들 수도 없습니다. 양국엔 식민지 문제, 일제 강점기 역사, 독도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이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이를 분리해서 사고하고 발언해야 합니다. 역사 문제는 역사가들에게 그 논쟁을 맡겨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를 제주도에서 만나서 "역사는 역사가에게 맡기고 정치인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과거사 문제를 꺼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고, 이는 민족주의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면서 두 나라가 또 다시 나쁜 관계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도 노 대통령과 똑같은 취지의 말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도자로서 역사와 현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돼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보는 지도자라면 배타적 민족감정 드러내면서 일본과 싸우자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럴 때도 아닙니다. 두 나라가 서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원도 없고 유럽 같이 단일 경제공동체도 아닌 두 나라가 자칫하면 불행한 미래를 맞게 됩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무대행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경제사절단의 성과도 있었지만 논란도 일부 있었습니다.

▶다보스 포럼 같은 곳에 가는 이유는 사람을 만나고 분위기를 느끼고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가는 것입니다. 강연 같은 것은 나중에 리포트로 얼마든지 접할 수 있습니다. 경제 사절단은 최소한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통해 크레딧(신용)이 생깁니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기업들과의 교역, 거래에서 크레딧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사절단과 동행하는 것은 신용을 공여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을 끌고 갔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는데,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고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사실 참여 기업의 거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이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정상들도 해외순방시 경제사절단을 대동하는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 앞서 작년 12월 미국을 국빈방문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경우에도 세계적 패션 브랜드 LVMH, 세계적 정유기업인 토탈(Total)사 등 대기업을 포함한 일정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중국 국빈 방문도 60여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했습니다. 작년 11월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 역시 BMW, 지멘스, 머크, 바스프 등 대표적 독일 대기업으로 구성된 일정 규모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찾았습니다. 대통령 국빈순방 경제사절단 참여 이후 사절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93.3%가 한미관계 개선이 기업 경영환경 개선 및 사업실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습니다.

-전경련의 개혁과 비전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많습니다.

▶회장단을 두루 만나 의견을 들었습니다. 결론은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확산을 위해선 단순히 연구소 기능만 해서는 부족하고, '씽크탱크+ α'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전경련의 위상을 높이고 강화하는 것보다는 전경련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국민을 바라보고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눈치를 봤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힘은 소비지와 주주, 채권자가 더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을 쳐다보고 늘 의식해야 합니다. 그런 조직과 기업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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