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기업 경쟁력만 악화시킬 것입니다." (경제단체 간부)
대한민국 대다수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수입, 즉 일자리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는 노년 생활이 불가능하고 수명 역시 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이런 배경에서 정년을 연장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년을 만 60세로 규정하는데 65세까지 늘려 노년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생소득도 늘어나고 연금 수령 시점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기업에 '양날의 칼'로 평가된다.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60세 정년 의무화 5년째인 2021년 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해 중장년 인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가장 큰 어려움으로 '높은 인건비'(47.8%)를 손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내놓은 '정년연장의 비용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는 60세 이상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제도 도입 5년이 지난 시점이 되면 국내 기업들은 한 해 15조8626억원의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연장을 한 떼 따른 결과였다.
정년연장은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직후 오히려 청년 실업률이 상승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2년 말 발표한 '고령자 고용 동향의 3가지 특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면 정규직 근로자가 1명 가량 감소하는 것 나타났다. 특히 임금 연공성이 높은 사업체에선 정년 연장 수혜 인원이 1명 늘어나면 정규직 채용인원이 거의 2명 줄었다.
그렇지만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빈곤율이 40.4%에 달한다는 OECD의 조사는 고령자 일자리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인 소득빈곤율은 14.2%에 불과하다. 어떤식으로든 건강한 노년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단 의미다.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인력과 임금을 조정할 수 있어야 기업이 노동자를 부담 없이 채용할 수 있고, 고령자 채용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총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을 꼽은 응답이 47.1%로 가장 높게 나오기도 했다.
노동유연성이 확보된다면 기업에서도 고령자의 채용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이는 66세 이상의 노인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정년을 일정 나이까지 늘리는 것이 아니라, 능력만 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기업에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2021년 일본은 고령자가 희망하면 70세까지 의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제도(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해 고령자들이 기존 직무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적은 제도를 설계해 숙련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어 기업들도 활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년 연장으로 벽을 세우면 신규 고용이 위축된다"며 안된다"며 "일정 나이까지는 고용을 유지하되 이후에는 기업의 자율성에 맡겨 노동시장을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