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LS일렉트릭, 공원 안에 '진짜' 마이크로그리드 구현
ESS와 한전망 연결…필요 시 분리·재연계 가능
분산특구 지정 사업 중 하나…현행법 하에선 사업화 제약
전력망 유연성 자원으로도 활용 가능

"지금부터 독립운전입니다."
지난 12일 찾은 경기 의왕의 백운호수 옆 무민공원 안 LS일렉트릭 '마이크로그리드 단지' 현장. 2평 남짓한 관리실에 놓인 전력 제어장치 앞에서 관계자가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텅'하는 소리가 울렸다. 한국전력(59,800원 ▼300 -0.5%)공사(이하 한전) 계통과 연결된 관문에 설치된 공기차단기(ACB)가 떨어지며 선로가 물리적으로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한전 전력망에서 '독립했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실내 에어컨은 멈추지 않았고 형광등도 깜빡이지 않았다. 바로 옆에 설치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가 즉시 주전원으로 바뀌면서 전력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평상시에는 한전 계통과 연계해 운영하다 필요 시에는 이렇게 분리해 운전한다. 독립운전 상태에서도 전력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한전 전기가 끊기는 순간 ESS가 동시에 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1초도 안 돼 정전이 발생해서다.
더 까다로운 순간은 다시 한전 망에 붙는 때다. 계통과 떨어져 따로 전기를 만들다 다시 연결하려면 전기의 속도(주파수)와 박자(위상)를 정확히 맞춰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순간적으로 강한 전류가 발생해 설비에 충격을 줄 수 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계통을 떼고 다시 붙이는 제어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설비보다 중요한 건 이를 통합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환 과정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제어하는 장치가 바로 MG 컨트롤러(Microgrid Controller)다. MG 컨트롤러는 계통 분리와 재연계 순간의 전압·주파수·위상을 조정해 정전 없는 전환을 구현한다. 아울러 경기 안양 LS일렉트릭 R&D(연구개발) 캠퍼스에는 EMS(에너지관리시스템)가 별도로 구축돼 있어 이 곳에서 마이크로그리드를 원격으로 관제·운전할 수 있다. MG 컨트롤러가 현장에서 실시간 제어를 담당한다면, EMS는 발전량 예측과 ESS 운전 전략을 수립하는 '상황실' 역할을 한다.

공원에 구축된 이 마이크로그리드는 규모가 크지는 않다. 공원 주차장에 설치된 91킬로와트(kW)·47kW 규모 태양광 발전설비, 한전 배전선로와 연계된 150kW·230킬로와트아워(kWh) 규모의 ESS, 이 단지를 제어하는 MG 컨트롤러가 설치된 관리실, 전기 소비처(부하)인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한전 망을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통제 역량은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정부가 7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단순한 기술 실증을 넘어 새로운 전력 사업 모델을 시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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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이 가능하다고 본 사업의 핵심은 3가지다. 첫째는 DR(수요반응) 사업이다. 전기가 많이 필요한 시간대에 한전 전기 대신 자체 전력으로 운영하며 사용량을 줄이고, 줄인 만큼 보상을 받는 구조다. 둘째는 저장한 전기를 판매하는 모델이다. 충전해 둔 전기를 ESS에 저장해뒀다가 전기차 충전소와 공장, 주택 등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전기를 사고팔 수 있는 '작은 발전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마지막은 전기를 안정시키는 모델이다. 태양광 발전은 날씨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 구름이 끼면 전기 생산이 감소하는 등 공급이 일정하지 않다. 이때 ESS가 빠르게 전력을 보완해 전력 흐름을 안정시킨다. 전력 품질을 유지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LS일렉트릭의 목표는 단순히 ESS를 판매하는게 아니다. 발전원과 ESS, 전력망 제어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관리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과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로 공장 지붕 태양광과 ESS를 통합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해외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계통을 자유롭게 분리·재연계할 수 있는 통제 기술과 운영 플랫폼을 패키지로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력 판매와 송배전이 민영화된 미국 등에서는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미국 표준을 참고했다.
다만 한전 계통에 연계된 ESS에 저장한 전기를 ESS 소유자가 직접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현행 전기사업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규제의 벽이 여전히 높다. 분산특구가 이런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는 '제도 샌드박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주는게 선행 조건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현행법 하에서는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제약이 있다"며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제도 개선안을 먼저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