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요구에 대해 잉여 현금 흐름 100%를 넘어선 현금유출을 야기한다며 들어줄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3년 단위(2023~2025년)로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이 정책이 마무리되는 내년에도 다양한 주주환원 방안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했다.
15일 재계와 삼성물산의 공시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다음 달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지분 1.46% 가량을 보유한 시티오브런던과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펀드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안건을 상정한다.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을 하라는 게 이들의 제시안이다. 이 경우 주주 환원 규모는 총 1조2364억 원이다.
이는 삼성물산의 올해 주주 환원안을 웃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2월 내놓은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입각한 올해 주주환원안은 1조원 이상 규모의 보통주 780만7563주, 우선주 15만9835주 소각과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 수준의 배당이었다.
펀드 연합은 여기에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로 사 들이고, 배당 규모를 76% 가량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5개 펀드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이 아니며 순자산가치 할인율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150% 이기에 이를 대체하는 현금 활용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현재 60% 가량 저평가된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본래 100%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자사주 매입을 하는 삼성물산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논리다. 펀드 연합은 또 삼성물산 이사회가 주주들의 주주가치 제안을 번번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시가 1조원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으며 이는 주주가지 제고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당의 경우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 등으로 배당총액은 전년대비 10.9% 늘어난 것으로 잉여현금흐름의 49%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 자기주식 소각은 유통 주식에 대한 실질적 가치 상승이 발생하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이라며 "국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할인율은 많은 국내 지주사들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단기간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할인율 해소를 전제로 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주주제안상의 총 주주환원 규모는 2023년 뿐만 아니라 2024년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주주가치 제안을 번번히 무시했다고 지적했지만)이사진은 주주제안측과 면담 7회, 이사회 논의 11회 등 주주 의견을 충분히 이사회에 전달했을 뿐 아니라 정책 수립에 반영했다"고 했다.
재계에서도 이 같은 펀드 연합의 요구는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적정 수준을 넘어선 자사주 매입은 미래 투자가 아니라 돈을 쓰는 일로,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에 활용할 재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 체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