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석화업계 스페셜티 전환 급한데…R&D 투자도 보릿고개

김지현, 기성훈 기자
2025.08.22 06:01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 연구개발비/그래픽=임종철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비용을 전년보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재편이 시급한 상황에서 업황 악화까지 겹치며 R&D 투자 여력이 위축된 것이다. 산업 전환을 위한 기반 기술 확보에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구조개편과 함께 체질 개선을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9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4억원)보다 5.5% 줄었다. 한화솔루션도 같은 기간 1040억원에서 941억원으로 9.5% 감소했고, 금호석유화학 역시 267억원에서 261억원으로 2.3% 축소됐다.

LG화학은 국내 4대 석유화학사 중 유일하게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지난해 상반기 1조747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1552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이는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증가분이 반영된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비를 5200억원에서 6204억원으로 늘린 반면, 석유화학 부문만 놓고 보면 사실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저가 범용 제품 공세로 인해 고부가 제품 중심의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고기능성 소재, 바이오 플라스틱,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면서 연구개발 투자 자체가 제한받는 실정이다. 실제로 4대 석유화학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은 47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배 늘었다.

수익성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약 81% 수준에 그쳤다. 롯데케미칼의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가동률도 지난해 80%에서 70%대로 하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시장은 초기 개발 비용이 커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R&D 축소는 향후 시장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자금 사정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자구책으로 비핵심 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수처리 필터 사업을 1조4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이달 초 에스테틱 사업을 2000억원에 양도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 6월 수처리 사업을 정리했다. 이들 기업은 매각 대금을 스페셜티 및 신성장 사업 투자에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재편안에서 스페셜티 전환을 강조했지만 상황이 여의치는 않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지원이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간접적이고 보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LG화학이 상반기 정부로부터 받은 R&D 보조금은 약 12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과 EU는 보조금, 현금 지원, 세액공제 등 직접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민간이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실행해야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확대와 스페셜티 전환을 위해 제도적·인프라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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