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콘크리트(레미콘, Ready-Mixed Concrete) 믹서트럭' 증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의 방향성으로 △지자체 중심의 수급조절 관리 △일괄 규제가 아닌 시장 자율 존중 △업계를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을 꼽았다.
박선규 목원대 건축학부 교수 겸 한국건축시공학회 부회장은 26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제도 개선을 위해선 레미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레미콘은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운송이 어려운 제품"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레미콘은 생산 후 90분 이내 타설해야 하는 원칙을 고려하지 않아 업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신경을 써야한다"며 "90분을 못 지키면 공사가 밀리고 중장기적으론 건설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앙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지역의 건설경기 흐름과 사정, 교통 상황, 산업구조 등을 반영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중앙 정부가 전국 믹서트럭 몇 대,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닌 지자체의 주도로 1시간 범위에서 운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내년부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고 수도권 지역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예정된 만큼 현시점에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이번에도 증차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건설경기가 회복됐을 때 레미콘 운반사업자들은 이전처럼 건설경기 회복을 또 핑계 삼아 가격 인상을 강행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믹서트럭을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하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체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믹서트럭 증차는 고용 확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믹서트럭은 60대 이상 운전자가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며 "신규 등록을 허용하면 청년, 중장년층의 신규 고용이 촉진되고 운송업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다. 나아가 레미콘 제조, 정비, 차량 생산 등 연관 산업에서도 간접 일자리가 늘어나 고용 파급효과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와 함께 16년째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현 제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레미콘업계 전문가는 "건설경기가 안 좋으니 '운용의 묘'를 살려 시장에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6년간 정부에선 제도 검증이나 보완을 하지 않았다. 업계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며 "레미콘업계, 운반사업자 양쪽에 귀 기울여서 증권시장에 있는 사이드카와 같은 보험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수급 불균형과 운반비 인상 등은 레미콘업계의 부담으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유진, 삼표, 아주, 정선 등 주요 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들은 레미콘 차량 구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업체 963개 중 97.2%에 해당하는 936개가 중소기업이다. 이중 72.6%(680개)는 소기업·소상공인이다. 이 전문가는 "운반비 인상 등에 대응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자금력이 없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은 공장 문을 닫아야 하지만 업체를 위한 지원과 제도 보완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