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지난 5년은 글로벌 톱3 위치를 공고히 하고 로보틱스·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등 신사업 개척에 속도를 낸 '성장과 도전의 시간'이었다.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과감한 혁신으로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프런티어'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계속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등 해결과제는 적지 않다. 정 회장이 평소 강조해온 '위기를 기회로'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임명된 2020년 10월14일은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크게 휘청이던 때다. 글로벌 자동차산업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중심의 '퍼스트무버' 전략, 제네시스·SUV(다목적스포츠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량판매 확대 등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가 2022년 글로벌 판매 톱3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2019년 163조원이던 현대차그룹의 매출은 지난해 282조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조원에서 27조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정 회장의 치밀한 전략과 결단력이 빠른 성장을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자동차 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정 회장은 과거의 '패스트팔로워'에서 이제는 디자인, 품질, 기술 측면에서 진정한 리더로 변모하는 등 현대차그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정 회장의 '퍼스트무버' 정신이 가장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친환경차다. '아이오닉 5' ' 아이오닉 6' 'EV9' 등은 '세계 올해의 차'에 연이어 선정됐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판매는 2019년 37만대에서 2024년 141만대로 약 4배 늘었다. BEV(순수전기차) HEV(하이브리드차) FCEV(수소전기차) 모두 글로벌 상위권에 올랐다. 아울러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한 로보틱스 △플레오스 플랫폼 등 SDV △슈퍼널 설립을 통한 AAM(미래항공모빌리티) △'HTWO' 브랜드와 연계한 수소사업 등 신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확장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산업의 복합위기에 직면한 정 회장의 고민은 적지 않다. 미국의 25% 관세적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시급한 해결과제다.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일본·유럽 자동차기업과 미국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업계는 정 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정신을 바탕으로 또한번 현대차그룹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그 위기를 극복해왔으며 위기 이후에 더 강해졌다"며 "'퍼펙트 스톰'과 같은 단어들은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를 고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등을 바탕으로 복합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목표다. 전기차 수요의 일시적 정체에 대처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EREV(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수소전기차 출시를 이어간다. 지역특화 상품성을 갖춘 신형 전기차를 유럽·중국·인도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등 수요회복 이후에 대비한 전략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