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미국 관세와 한국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정책에 대응해 변화를 시도하지만 역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품업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부과와 이에 따른 현대차그룹의 현지생산 확대계획 등을 고려해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한국산 완성차, 5월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 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공장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부품조달 현지화에 나섰다.
현재 100개 이상의 국내 부품업체가 미국·멕시코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 1만5000개에 달하는 국내 전체 부품업체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현지 완성차업체들의 늘어나는 부품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동안 현지공장을 건설·운영한 1차 협력사와 비교해 2차 이하 협력사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2차 이하 협력사는 대부분 중소규모라 자금·정보부족으로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다. 총 1만5000개 국내 부품업체 중 약 1만곳이 고용인원 1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부품업체 전체 매출의 90%를 상위 약 1500개사가 차지하는 등 수익 양극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현지화에 노력한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부품조달이 가능한 새로운 기업을 발굴 중이고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미국에 직원을 파견해 현지 부품시장을 점검했다. 그러나 업계의 대응만으론 한계가 있어 정부의 예산·세제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하려면 자금·인력 등 과제가 많고 준비기간도 길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내 부품업체의 현지화가 늦어져 완성차업체가 결국 미국 기업과 손을 잡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품업계는 '전동화 전환'과 관련해서도 정부지원을 호소한다.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무공해차를 최대 980만대 보급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부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부품업체는 대부분 내연기관 차량 중심이고 전동화 전환 역량이 부족해 정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품업계는 정부가 무공해차 보급을 서두르면 외국 기업만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무공해차 보급속도를 늦추는 한편 전동화 전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지원, R&D(연구·개발)자금 지원확대 등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조만간 대국민 토론회 '종합토론'을 거쳐 NDC를 확정하고 11월 중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