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AI(인공지능) 산업발 반도체 수요 폭증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에 "공급을 당장 늘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갖춘 우리나라 기업들이 공급에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려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 참가해 취재진과 만나 "(공급확대 등)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행사를 계기로 방한해 AI 시대에 한국의 가능성을 극찬한 것에 대해 "그만큼 한국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솔직히 (한국의) 메모리가 제대로 공급이 안 되면 (엔비디아가) 블랙웰(최신 그래픽처리장치)이나 그 위에 루빈(차세대 AI반도체)을 만들 수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장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릴 방법이 없다는 점도 새삼 확인했다. 최 회장은 "공급을 올리는 것은 항상 레그 타임(시차)이 필요로 한데 지금 그 수요가 (공급을) 완전히 추월하게 된다면 그걸 슈퍼 사이클이라고 얘기하지만 반대 쪽(반도체를 사야하는 쪽)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갈 것 같다"고 밝혔다. 향후 관련 M&A(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M&A로 풀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가 글로벌 첨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M&A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은 2027년 1기 완공을 앞두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에 팹(공장) 하나 둘 정도까지 완성시키는 데에는 지금 확보가 된 상태"라며 "추후에 더 필요한 건 더 확보를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장중 11% 이상 급등하며 주당 62만원을 돌파한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에는 "얼마까지 갈 수 있느냐 이렇게 물으신다면 정확히 저도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조금 더 올라가겠죠. 이제 희망"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는 "(AI 산업이) 압축으로 돼서 지금 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지금 이런 수요가 폭발을 하는 쇼크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AI가 처음에 등장한 걸 별로 예측한 사람이 없어서 (슈퍼 사이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거의 예측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주 막을 내린 APEC 정상회의의 성과와 관련해서는 "단추를 잘 끼운 상황은 된 것 같다. 미국과 협상이라든지 일단 물꼬를 틔었고 타협점을 찾았다"며 "하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그 다음 것도 잘 안 되면 다시 리스크로 우리한테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일본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이날 오전 'SK AI 서밋' 기조연설에서는 "AI 산업은 이제 규모의 경쟁이 아닌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20년 2300억달러 규모였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올해 6000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며 "B2B(기업 간 거래) 영역의 기업뿐 아니라 각국이 '소버린 AI(주권적 AI)' 구축에 나서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대응을 위해 충북 청주 M15X 공장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하고 2027년 1기 완공을 목표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총 4기의 팹이 들어서며 1기는 M15X 팹(공장) 6개 크기와 같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