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선제적 사업재편을 위해 에탄(Ethane)을 도입한다. 원료 구조 다변화와 공정 효율화 방안을 검토해 NCC(납사분해공정) 경쟁력을 제고하겠다."
SK지오센트릭은 20일 SK가스와 '에탄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선을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양사는 MOU를 토대로 에탄 공급 시기와 물량 등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워드는 원가절감이다. 에탄은 납사와 마찬가지로 탄소와 수소로 구성돼 있어 분해 공정을 거치면 에틸렌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가격 변동성이 낮고 생산 효율이 높다. 에탄의 가격은 납사 대비 약 3분의1 수준으로 파악된다. 납사를 활용했을 때 대비 톤당 약 8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의 에틸렌 생산량(연 66만톤)을 고려할 때 단순 계산으로 연 최대 5억2800만달러(약 7100억원)의 원가 절감이 가능한 셈이다. 중국, 인도, 유럽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이미 에탄을 폭넓게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SK지오센트릭의 이같은 시도가 정부가 주도하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연내에 NCC 에틸렌 생산량 270만~370만톤 감축 방안을 제출하라고 업계에 주문했다. 하지만 대산산단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다음주 중 '빅딜'을 결정할 게 유력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 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파악된다. 기업 입장에서 NCC 통폐합 외에 자체적인 구조개선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SK 측은 에탄 도입 계획을 정부에 제출할 사업재편안에 포함시킬 가능성 역시 열어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 간 1호 빅딜을 계기로 NCC 통폐합이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LG화학-GS칼텍스(여수), 한화솔루션-DL케미칼(여천NCC),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울산) 등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연간 110만톤)과 HD현대케미칼(85만톤)이 모두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정부가 제시한 감축량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다른 지역에서도 NCC 통폐합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정부의 목표에 근접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업계 스스로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9월 울산산단을 직접 방문해 신속한 사업재편을 업계에 촉구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기업들이 각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며 "공동 합의안 도출이 어려운 경우 각 사별로 원가 절감이나 경쟁력 제고 방안을 별도로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 업계는 이번 구조개편 국면을 잘 넘기면 향후 찾아올 업황 회복 국면에 실적 반전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와 발맞춰 고부가 스페셜티 위주로 구조조정을 착실히 추진하면서 실적을 최대한 방어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일본·유럽 등에서 일제히 감산 움직임이 감지되는 상황 속에 미중 관세 전쟁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다면 '석유화학의 시간'을 기대해볼만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업재편 추진과 관련해 "현재 손실 수준을 크게 줄이거나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