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답을 찾는 사람과 답을 정해놓은 사람

[청계광장]답을 찾는 사람과 답을 정해놓은 사람

혜원 구리 신행선원장
2026.04.09 02:00

'답정너'라는 말도 유행한 지 십여년은 된 것 같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말을 줄인 신조어다. 그런 상황이 근래에 생겼을까마는 신조어는 기존의 흔한 현상을 끄집어내 부각한다. 새로운 세대의 관심사나 유행이 신조어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가끔은 연인끼리 사랑싸움을 하며 끌려가는 입장의 넋두리로 '넌 정말 답정너'라며 푸념하기도 하지만 그 말이 지닌 폭력성을 생각하면 고민스러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은 있어왔다. 답정너의 해석으로 유도신문의 일상적 유형 또는 가짜 선택권이라고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젊은이들이 내몰린 강제된 선택에 대한 절규가 보이기도 한다. 아재 혹은 아재개그, 틀딱, 영포티등 신조어들은 세상과 조직의 주도권을 쥔 것 같은 기득권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난다.

답정너는 강자에 투영되고 답찾사(답을 찾는 사람들)는 약자일 경우가 많다. 간단하게 갑과 을로 나뉘어 상대적으로 역할한다. 우리는 관계의 성격에 따라 갑과 을을 넘나든다. 젊은 세대는 기성의 세대가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정해진 답이며, 그것을 익히며 적응해 가는 것이 때로는 불합리하며 부당하다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심경을 토로할 때마다 "라떼 라떼" 라는 무용담도 계속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라떼"가 말아졌을 것이다.

인간이 개념 짓는 것을 잘한다. 잘하지 못하는 것은 개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개념으로 흥한 자 개념으로 망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개념 짓고 고착된다면 그것이 지옥이다. 한 연인이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계속해서 그 사랑을 확인하고 의심한다면 그것도 지옥이다. 마음에 안 드는 그 무엇을 뭉뚱그려 "무엇"이라고 하면 편리하겠지만 그만큼 자신의 사고 영역도 세상도 작은 테두리에 구속되는 것이다.

그 무엇도 정해 놓지 않은 기성세대는 그렇게 적응해 살아왔을 뿐이고 다양한 가능성의 답을 찾고 선택하고픈 젊은이들은 하나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받는다.

이 사바세계는 고통이 가득하지만 넘어진 청년에게 손을 내밀어 줄 어른다운 어른은 반드시 있고, 좋은 답과 좋지 않은 답 모두에서 답을 발견하는 지혜로운 젊은이도 반드시 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답을 찾는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답이 정답이라고 고집하거나 강요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저 사람은 답을 찾아야 할 사람이라며 답답해하지도 말고, 저 사람은 답을 정해놓고 있다며 미리 답을 내려놓지도 말자. 꼭 답이 필요 없을 수 도 있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없다면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다. 일전에 중국 성지순례를 갔다가 길가 광고판에서 "공간유한空間有限" "무한가능無限可能" 이라는 한자 문구를 봤다. 공간은 유한하지만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흥미로운 문구였다. 우리 삶은 유한하지만 가능성마저 유한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 답이 정답이라 굳게 믿을 수 있으나 그것을 모두에게 강요한다면 그곳이 지옥이 되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배우는 보수적인 종교적 가정에서 성장했는데 온갖 종교적 규칙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는 정신병을 앓게 된다. 좋은 것도 강요하면 그것이 폭력이 되고 좋지 않은 인연으로 변하게 된다. 가정집에서 좋은 의미로 잔소리하다가 부부싸움으로 발전하는 일이 많은 것이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래서인가 부처님은 금강경에서 결정해 놓지 않는 것이 최상의 깨달음이라고 했다. 무유정법 명 아뇩다라 삼먁삼보리(無有定法

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 붓다가 살았던 삼천년전에도 답정너가 유행했던 모양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특별한 경지에 이르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자연은 정해둔 답 없이 꽃이 피고 새가 난다. 세상이 정해 둔 답 혹은 누군가 정해 둔 답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눈앞의 문제에 새로운 답을 찾는 것이다. 화이팅!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사회국장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사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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