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불평등 해소, 최소 비용의 재난 대비책"

중기·벤처팀
2025.11.25 16:51

"'기후 취약성 지도'와 '커뮤니티 ESG'로 기후불평등 해소해야"

박지영 뮤레파코리아 대표/사진제공=뮤레파코리아

지구 평균기온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제시한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에 진입하며 기후 위기를 '뉴 노멀'로 맞이하고 있다. 뜨거워진 지구는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폭우를 동반하며 모든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 고통의 무게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이처럼 기후 재난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을 '기후 불평등'이라 부른다.

기후 위기는 자연재해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 피해는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가장 취약한 곳에서 먼저 드러나며 '사회적 재난'으로 변모한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마주할 '기후 리스크'는 '위험요인X노출 정도X취약성'의 상호 작용으로 나타난다. 기후 불평등은 동일한 위험요인에도 특정 지역과 집단의 노출 및 취약성 정도의 차이, 즉 지역 및 사회경제학적 구조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러한 기후 불평등 피해를 입는 '기후 취약계층'은 '누가 더 많이 노출되는가'와 '누가 더 심각하게 취약한가'라는 두 가지 질문으로 조명된다. 홍수 위험이 큰 저지대나 도시 열섬 현상이 심각한 옥탑방 거주민처럼 위험에 물리적으로 '더 많이 노출'된 이들이 있다. 또한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재난 정보 접근이 힘든 저소득층, 경제적 불안정으로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청년층 등 피해를 더 크게 입는 '더 심각하게 취약한' 이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기후 취약계층의 정의가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기후 불평등 문제 해결의 첫 번째 핵심 축은 '기후 취약성 지도'에 기반한 정밀하고 선제적인 공간 정책으로의 대전환이다.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장소 특정적' 접근이 필수다. 정부 대책은 정책의 나열을 넘어 기후 취약성 지도에 기반한 데이터 중심의 선제 대응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

기후 취약성 지도를 AI(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 재난 예보 시 대응 인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될 수 있다. 기상 정보와 취약계층 데이터를 연동, 위험 지역 독거노인에게 자동으로 안부 전화를 걸거나 사회복지사에게 우선 방문 리스트를 전송하는 예방적 재난 관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기후 취약성 지도를 바탕으로 상습 침수 지역이나 폭염 심화 지역 등 '기후위험 집중구역'에 중점을 둔 계획과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공간 분석으로 핫스팟을 특정하고 빗물 저류 시설, 쿨루프, 녹화 등에 정부 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해 행정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책 효과를 높여야 한다.

나아가 열악한 주거 환경에 크게 노출돼 있으면서 경제적 불안정으로 취약성 또한 높은 청년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대학가 밀집 지역을 개선지구로 지정하고 임대인과 임대료 동결 상생 협약을 맺는 대신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며, 청년에게는 냉방기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청년의 삶'이라는 특수성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두 번째 축은 '커뮤니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실행이다. ESG를 기업의 책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도시 및 지역 계획 관점에서 공동체의 운영 방식을 기후 취약성 지도와 같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 한정 자원의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쿨루프 설치와 바람길 숲 조성 등 실질적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찾아가는 에너지 복지'나 '청년 기후 안심 스테이'를 통해 취약한 이웃을 보호하는 사회적 책임의 실천으로 귀결된다.

기후 불평등 해결은 단순한 복지나 사회 정의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의 막대한 재난 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제 투자다. 취약 계층이 겪는 피해를 방치할 경우 재난 후 발생할 복구 비용, 생산성 손실, 의료비 증가는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돌아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자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다. 특히 기후 취약성 지도 기반의 공간 정책은 한정 예산과 인력을 가장 효과적인 곳에 투입, 행정 효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재난 리스크를 줄이는 최소 비용의 방안이 된다. '기후 취약성 지도'를 나침반 삼아 '커뮤니티 ESG'를 실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글/박지영 뮤레파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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