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영농형태양광의 선진 국가지만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적지 않았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한국 역시 일본의 실패 사례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만난 영농형태양광 전문가 타지마 마코토 일본 지속가능에너지정책연구소(ISEP) 이사(사진)는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의 사례가 한국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에서는 2004년 농업인 나가시마 아키라씨가 '솔라 쉐어링'(Solar Sharing)으로 불리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후 2010년경부터 정부의 지원 속에 영농형태양광이 본격 추진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13년부터 10년간 일본 내 영농형 태양광 설치 허가 누적 건수는 6137건이다. 농지 면적으로 환산하면 1361만6000㎡(약 411만9000평), 여의도 넓이의 약 4.5배에 이른다.
고정거래가격제도(FIT)는 일본의 영농형 태양광이 단기간 내 확산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정부 소유의 대형 전력회사가 10~20년간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사주는 제도다. 농업은 날씨와 자연재해에 따라 소득 변동이 크다. 농가 입장에서는 FIT를 통해 전력 판매 수익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에 소득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많은 농가가 영농형태양광을 택하게 된 배경이다.
십수년간의 실증을 통해 생산 가능한 작물의 종류도 크게 늘었다. 타지마 이사는 "일본의 영농형 태양광 시설에서는 약 120종 이상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며 "태양광 패널과 빈 공간의 비율이 1대2 수준인데 이는 작물 재배 시 가장 이상적인 비중"이라 설명했다.
일부 고급 품종 생산에서는 태양광 패널이 시너지를 낸다. 말차(抹茶)가 대표적이다. 말차는 수확 한 달 전부터 농지 면적 90~100%에서 햇빛을 가려야 한다. 기존에는 말차 재배 시 햇빛 차단 설비를 설치하며 새순이 손상되거나 설치물 밑에 습기가 차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영농형태양광을 활용하면 패널에 햇빛 차단 설비를 안정적으로 결합해 작업 부담을 줄이고 품질 관리에도 유리하다.
자연재해에 적응하기 위한 노하우도 쌓였다. 특히 일본은 태풍과 폭설 등에 대응하는 태양광 설계에 강점을 보유했다. 일본 후쿠시마현에 도입된 수직형 영농형 태양광이 대표적 사례다. 지붕처럼 패널을 기울여 설치하는 방식과 달리 울타리 형태로 패널을 세운 형태다. 패널 위에 눈이 쌓이지 않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적설량이 많은 일본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농형태양광 선진국 일본에서도 부작용은 나타났다. 일부 농민들이 작물 재배보다 태양광 발전에 집중하면서 농지 본연의 기능이 훼손되는 사례가 늘었다. 일본 정부가 수확량을 규제 기준으로 삼으면서 나온 문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영농형태양광을 도입한 농가에 수확량을 8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수확량 20% 감소만 막으면 된다는 규정의 빈틈을 파고 드는 이들이 생겼다. 패널을 최대한 빽빽하게 설치하고 대신 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재배하면서 일부 생강 품종 등으로 농작물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타지마 이사는 "매년 수확량을 8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수확량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농업이 실제로 지속되고 있는지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수치만을 기준으로 규제를 설계하면 농민들에게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농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청년층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유연한 기준과 현장 중심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타지마 이사는 영농형태양광 분야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국토 면적이 좁은 사회·지리적 조건이 일본과 유사한 만큼 한국에서도 영농형태양광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특히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에 필요한 농기계와 설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장비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산업기반이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양국간 협력 가능성도 언급했다. 타지마 이사는 "유럽 국가들이 연대해 재생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표준화를 추진하듯 일본과 한국이 주축이 돼 정책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축적된 일본의 현장 경험과 한국의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공동으로 시스템 개발에 나설 여지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