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 거리 풍경이 달라졌다…車·아파트에도 '하이닉스 효과'[르포]

청주(충북)=이정우, 김남이 기자
2026.02.18 07:30

[기업이 떠받치는 국가경제]⑥SK하이닉스, 직원 1인당 평균 1.4억 성과급 지급...내수 진작 효과

SK하이닉스 청주3캠퍼스 건너편에 SK하이닉스 성과급 지급에 맞춰 투자전략 소개를 광고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이정우 기자

지난 11일 충북 청주 흥덕구의 SK하이닉스 청주3캠퍼스 정문 앞. 직원들이 오가는 횡단보도 위로 '성과급 투자 전략'을 알리는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렸다. 지난 5일 직원 1인당 평균 1억4000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자 이를 유치하려는 뱅커(은행원)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일부 은행은 SK하이닉스 직원을 대상으로 절세 전략 세미나까지 열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7조2063억원. 노사 합의에 따라 이중 10%가 성과급으로 지급(당해지급 80%, 이연지급 20%)된다. 올해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률은 2964%에 달했다. 이에 약 4조7000억원이 성과급으로 시중에 풀리면서 재무제표 위 숫자가 거리의 풍경으로 체감되고 있다.

특히 청주는 SK하이닉스의 핵심 거점이다. 현재 M11, M12, M15 반도체 팹(공장)을 운영 중이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전용 라인이 구축된 M15X는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청주 상주 직원만 1만명 가량으로 파악된다.

청주시 흥덕구,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증감률 및 청주시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그래픽=김지영

소비 변화는 자동차 시장에서 먼저 감지된다. 지난 1월 청주 지역 수입차 등록은 2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늘었다. 신규 등록 수입차의 43%는 SK하이닉스 캠퍼스가 위치한 흥덕구에 집중됐다. 인근 제네시스 청주전시장도 바빠졌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 전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다.

제네시스 청주 관계자는 "2월 초 전시장를 찾은 방문객 수와 현장 계약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성과급 지급 전후로 상담과 계약이 동시에 늘어난 셈이다. 수입차업계 역시 청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지웰시티 1·2차'의 경우 청주 최고가 아파트 단지지만 매물이 나오자마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길 건너편에 SK하이닉스 청주3캠퍼스가 있고, 인근 청주일반산업단지에는 LS일렉트릭, LG화학, 오리온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주말이면 단지 앞 중개업소에 20~30대 부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 지웰시티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성과급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던 지난해 연말부터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부동산 대표 B씨도 "성과급으로 들어온 목돈을 보태 이참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심리인 것 같다"며 "최근 아파트를 사는 90% 이상이 하이닉스 직원들인데 사내 커플도 많이 보인다"고 부연했다.

청주 흥덕구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청주3캠퍼스./사진=이정우 기자

실제로 KB부동산에 따르면 청주 흥덕구의 2월 첫째 주와 둘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0.164%, 0.135% 상승했다. 충북은 물론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평균보다 높다. 특히 이달에는 서울 강동구·중구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단지 인근 상가는 공실을 찾기 어렵다. 학원과 병원, 음식점 간판이 촘촘히 이어지고, 방과 후 시간대면 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다. '지방 상권은 어렵다'는 말이 이 일대에서는 실감 나지 않는다는게 상인들의 반응이다.

다만 모든 소비가 동반 확대된 것은 아니다. 인근 현대백화점 청주점 매장 직원은 "생각보다 손님들이 매장을 많이 찾지는 않는다"고 했다. 목돈이 자동차와 주거에 우선 투입되고, 온라인 중심 소비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성과급은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육아휴직을 중단하고 복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사내 분위기도 매우 좋은 편"이라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을 크게 타는데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더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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