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란 쇼크'에 화학업계 본격 감산 시작…"수급 대란 대비"

김지현 기자
2026.03.09 11:07
3D 프린팅된 석유통과 이란 지도 /사진=뉴스1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산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째에 접어든 상황 속에서 '원료 대란'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산 산단의 화학사들(SK지오센트릭·대한유화·S-OIL) 중 일부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간 상황으로 확인됐다. 가동률 80~ 90% 수준을 유지하던 한 화학사의 경우 최근 원유와 나프타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동률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란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설비 가동률이 60% 이하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수 산단 기업들도 이번주 내로 이란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가동률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곳의 롯데케미칼 설비는 정기 보수를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감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여천NCC는 지난 4일 고객사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3월 인도 예정이었던 원료 납사의 도착이 크게 지연돼 제품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급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울산 산단 화학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감산 기조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번달까지는 대부분 버틸 수 있겠지만 다음달부터 원료 수급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어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수에 위치한 화학사 관계자 역시 "산단 내 기업들 대부분 가동률 하향조정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발발한 이란 사태의 직격탄을 화학 업계가 맞은 모양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후 화학 산업의 필수재인 나프타와 원유 수급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 나프타의 54%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왔다. 전체 원유 수입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이란 사태 이후 나프타 가격은 23% 급등한(지난 5일 기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 시작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열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석화 제품의 원료인 납사를 1개월 분량 정도 비축한 상황이다.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화학제품들의 감산폭이 커진다면 전자, 건설, 자동차, 유통, 생필품 등 각종 업종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확보한 물량으로 이번 달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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