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하거나 거짓 주장 반복
상대에 불공정 이미지 낙인
양보 얻어내려는 압박 전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의 왜곡 및 거짓 주장은 단순 실수이기보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 아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망사용료와 관련,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을 뿐 아니라 지난달 31일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2024년(최신 데이터) 기준 한국의 평균 최혜국(MFN) 실행 관세율은 13.4%"라며 "농산물 평균 관세율은 57.0%, 비농산물은 6.5%"라고 했다. 숫자 자체는 틀리지 않지만 이 수치는 한미 무역과 직접적인 관계가 크지 않다. MFN 관세는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적용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맥이 닿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초 의회연설에서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FTA에 따라 전체 상품의 약 98%를 사실상 무관세로 교역한다. 실제 한미 교역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를 끌어와 관세부과의 명분으로 내세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관련, 자주 왜곡하는 수치는 주한미군 규모다. 그는 주한미군 병력을 4만명, 많게는 4만5000명이라고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주장했다. 예전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취지였다면 최근엔 한국이 호르무즈해협 군함파견 등 미국의 요청에 호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실제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이다. 앞서 CNN은 미 전쟁부 자료를 인용, 2025년 기준 2만6772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상대가 불공정하다"는 이미지를 씌워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걸로 풀이된다. 트럼프행정부는 연방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한 뒤 새로운 관세부과를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마무리하고 실제 법 조항을 적용한다면 미국은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의심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관세부과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먼저 상대를 불공정 국가로 규정하는 서사가 필요해진다.
게다가 거짓 주장이라도 당사국은 이를 반박하는 데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의 왜곡주장은 고도의 심리전이자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전술로 풀이된다.
한편 망사용료 논의 자체는 EU에서도 이뤄졌다. 단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망사용료 도입을 유보키로 하고 대신 통신사와 빅테크간 분쟁시 규제기관이 중재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