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대 굳어지나…전자업계 수익 늘어도 '내우외환'

최지은 기자
2026.03.16 16:20

고환율 장기화 땐 원가·물류비·투자 비용 동반 상승…'환헤지'도 한계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500.50으로 개장하고 있다. 2026.3.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대로 치솟으면서 국내 전자업계가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품 대금을 달러로 받는 구조상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제조 원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특히 해외 투자 등 중장기 사업 전략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계는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1.0원으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주간 거래에서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 3월 이후 17년만이다.

일단 환율 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전자기업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반도체 기업의 경우 결제 대금이 대부분 달러로 이뤄져 환율 상승 시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순이익이 약 4351억원 증가한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환율이 10% 오를 경우 순이익이 약 6885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하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영향으로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최근 3달 연속 200억달러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문제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다. 반도체 산업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이 상승하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반짝 효과'에 그친다"며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는 한 대당 2억달러를 넘는데 환율이 오르면 같은 장비를 들여와도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관세청은 지난 1~1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5.6%(76억7000만 달러) 증가한 215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매월 10일간 수출 실적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6.03.11. yulnetphoto@newsis.com /사진=하경민

가전업계는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부담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부품 수급처 다변화와 생산지 조정 등을 검토 중이지만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환율 헤지 수단도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전 수출은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아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 물류비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전자기업들은 원재료 매입 비용 증가 등으로 이미 원가 부담이 불어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은 74조5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원 가량 늘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원재료 매입액이 약 1조원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지난해 4분기 생활가전·TV 사업에서 적자를 낸 바 있다.

대규모 해외 투자도 비용 증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5조원)를 투입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7900억원)를 투자해 패키징 공정 설비를 짓고 있다. 환율 상승은 현지 공장 건설비와 인건비 등 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테네시에서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도 현지 인건비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율과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비 부담 확대 등으로 전자업계는 현재 '내우외환' 상황"이라며 "결국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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