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MD가 줄섰다…AI 시대 '전략적 가치' 커지는 삼성

김남이 기자, 박종진 기자
2026.03.18 17:04

젠슨 황 '땡큐 삼성' 외친 다음날 리사 수 평택사업장서 MOU…메모리부터 파운드리까지 삼성 경쟁력 급상승

3월 18일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지인 평택 팹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AMD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양대 축의 최고경영자(CEO)가 이틀 연속 삼성전자와의 협력 의지를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AI 반도체 경쟁의 핵심이 '연산'에서 '메모리·통합 시스템'으로 이동하면서 종합반도체(IDM)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다.

리사 수 AMD CEO는 18일 직접 경기 평택사업장을 찾아 삼성전자와 협력 강화에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자사 주최 AI 컨퍼런스 'GTC 2026'에서 "땡큐, 삼성"이라며 삼성전자와 협력을 재확인한지 하루 만이다. 글로벌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점유율 1·2위 기업이 연이어 삼성과의 동맹을 강조한 것이다. 황 CEO와 수 CEO는 같은 대만계 미국인으로 5촌지간이지만 삼성과 협력에서 양보가 없는 모습이다.

수 CEO는 이날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설루션)부문장과 만나 '차세대 AI 메모리 및 컴퓨팅 기술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저녁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승지원에서 만찬도 예정돼 있어 관련 논의는 최고경영진 차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만남은 20여년전 GPU에 GDDR(그래픽D램)을 공급한 후 이어온 양사의 협력 관계를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는데 의미가 있다. 양사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AI 가속기 'MI350'에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를 공급하며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 바 있다.

삼성, AMD에 HBM4 공급..연산보다 메모리 능력 더 중요
삼성전자·AMD 주요 협력 연혁/그래픽=최헌정

이번 협약을 통해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인스팅트(Instinct) MI455X' GPU에 HBM4를 공급한다. 아울러 양사는 AI 데이터센터용 랙 단위 플랫폼 '헬리오스(Helios)'와 6세대 'EPYC' 서버 CPU(중앙처리장치)에 적용되는 고성능 DDR5 메모리 솔루션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한다.

업계에서는 리사 수 CEO의 이번 방한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확보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GPU 성능 경쟁 역시 단순 연산 능력을 넘어 메모리 대역폭과 시스템 최적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메모리 대역폭이 필수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에는 단기·장기 메모리가 모두 필요하다"며 "엔비디아는 모든 메모리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 메모리 확보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HBM뿐 아니라 고성능 D램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AI 시스템에서는 HBM이 초고속 연산을 지원하는 반면 대규모 데이터 저장과 처리 용량은 D램이 담당하는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HBM과 함께 고용량 D램 확보 역시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메모리 넘어 파운드리까지 '시스템 경쟁' 중요..삼성 유리한 고지
3월 18일 리사 수 AMD CEO가 평택 팹 내 마련된 시창 투어 라인에서 설비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특히 양사의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삼성전자의 '종합반도체(IDM)' 경쟁력이다. 삼성전자는 HBM4에 최선단 1c D램과 함께 자사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베이스다이(웨이퍼)를 적용하고 있다. 베이스다이에 선단 공정을 적용하면 전력 효율을 높이고 신호 지연을 줄일 수 있어 전체 시스템 성능 향상에 기여한다.

이는 HBM 경쟁이 단순 메모리 기술을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패키징까지 포함한 '시스템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보유한 삼성전자가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확보한 3나노와 2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은 차세대 AI 칩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 파운드리는 4나노 공정을 활용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그록3'를 생산 중이며, 2나노 공정으로는 테슬라 AI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역시 GPU와 CPU, 메모리, 네트워크, 스토리지가 결합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황 CEO 역시 이날 "추론은 하나의 칩 문제가 아니라 전체 컴퓨팅 시스템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은 이러한 통합 중심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선단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사실상 유일한 종합반도체 기업"이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결합한 통합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AI 시대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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