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뛰는 IT·가전 '가격표' 인상 고심

김남이 기자
2026.04.07 04:05

메모리 올 1Q 50% 올라… 2Q 스마트폰 판매가 반영 전망
중동쇼크에 원자잿값 상승 겹쳐… 원가 경쟁력 확보 관건

'도매가 800달러' 스마트폰에서 제품원가 변화 추이/그래픽=윤선정

IT(정보기술)·가전업계 전반에 원가압박이 커지면서 수익성 관리가 기업들의 최대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메모리반도체(이하 메모리)·패널 가격상승에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가·물류비 부담까지 겹친 탓이다. 제품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은 올해 1분기 40~50% 상승했고 2분기에는 20%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2분기말 최종소비자가격이 25%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 가격상승으로 스마트폰 원가구조도 빠르게 변한다. 지난해 1분기 14% 수준이던 제조원가 내 메모리 비중은 최근 40%까지 확대됐다. 도매가 800달러 수준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비용이 약 63달러였지만 올해 2분기에는 291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가격이 약 4.6배 오르면서 전체 제품원가도 55.7% 상승한 셈이다. 모바일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원가상승분은 올 2분기부터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현장에서도 원가부담이 나타난다. 루웨이빙 샤오미 스마트폰부문 사장은 최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메모리 가격 상승폭이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동일 사양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가격이 4배 가까이 올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샤오미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일부 제품의 가격인상에 나섰다.

TV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말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 평균가격은 76달러로 지난해말 대비 8.6% 상승했다. 패널가격 추가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재고확보 움직임 등이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런 흐름은 올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도 부담요인이다. 국제가격의 지표로 활용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선물가격(3개월물)은 최근 톤당 3523.8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세계 알루미늄 공급의 약 9%를 차지하는 걸프지역의 생산차질 우려가 가격상승을 부추겼다. 알루미늄은 세탁기·냉장고 등 대형가전에 쓰이는 핵심소재다. 국내 기업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석유화학 원료가격도 상승세를 보인다. 플라스틱 수지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톤당 1127달러로 연초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비 부담 역시 확대된다. 세탁기·냉장고 등 부피가 큰 제품은 물류비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원가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세운 상태다. 원가상승분을 즉각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만큼 내부흡수 여력을 최대화한다. 해외 저원가 생산거점을 활용하고 재고부품 건전화, 물류효율화 등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AI(인공지능) 적용을 통한 생산라인 최적화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의 가격결정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