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2주 휴전에 '안도 속 경계'..중동 리스크 해소 아닌 유예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4.08 16:30

전쟁 장기화될 경우 원가·물류비·소비심리 위축 압박..반도체업계, 소재 공급망 다변화 진행 중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사실상 합의한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과 관련 보도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황준선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2주간 휴전에 합의하면서 전자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중동발 리스크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피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기보다 일시적으로 유예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8일 국내 가전업계는 '2주간 휴전'으로 중동 사태가 확전 국면을 피한데 대해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물류비는 가전업계 실적에 직결되는 변수다. 세탁기·냉장고 등 대형 가전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상 운임 변화에 민감하다. 지난해 양사의 연간 물류비는 총 5조6100억원에 달했다. 관세 영향 등으로 현지 생산이 확대되며 전년 대비 비용이 줄었지만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가전업계는 물류비와 원가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원가 구조를 갖춘 지역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물류비는 연 단위 계약이라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전쟁이 장기화하면 계약 갱신 시점에서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전을 계기로 위축된 수요 심리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종전 선언 없이 긴장이 이어지면 소비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중동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필수 가전을 제외한 프리미엄 제품 수요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업계 역시 이번 휴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핵심 공정 소재인 헬륨 수급 불안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담당하지만 전쟁 영향으로 LNG(액화천연가스)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사실상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헬륨은 LNG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추출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헬륨 대(對)카타르 수입 의존도는 약 65%에 이른다. 다만 현재까지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내 헬륨 공급업체들이 약 6개월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최근 미국산 물량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헬륨 생산국으로 대체 공급원 역할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헬륨을 비롯한 핵심 자원의 공급 불확실성이 재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륨 외에도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브롬화수소 등 소재에서도 공급 불안이 나타났다. 실제로 종전되더라도 이미 손상된 생산시설 영향으로 과거와 같은 공급 수준을 단기간 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전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동 전반의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하고, 정치적 변수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어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단기간에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만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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