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어떻게'를 고민하자[우보세]

데이터센터, '어떻게'를 고민하자[우보세]

권다희 기자
2026.07.24 06: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인가요?"

이번 달 인공지능(AI)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이 모여 대화하던 자리에서 한 국제 비영리 정책조직의 연구자가 물었다.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한국의 논의는 AI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지을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 피지컬 AI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로 묶었다. 2029년까지 전력 사용량 기준 8.4기가와트(GW) 규모로 구축하고, 2035년까지 18.4GW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인 AI 경쟁에서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확충의 속도와 규모에 비해 데이터센터를 어떤 원칙 아래 지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쓰고,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물과 냉각설비를 필요로 한다. 폐열도 남는다. 기업이 편익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인프라 비용은 지역사회와 다른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반도체 공장과 같지 않다. 반도체는 소재·부품·장비 공급망과 숙련 일자리를 만들지만, 데이터센터는 완공 뒤 운영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부가가치가 시설이 들어선 지역에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투자액만으로 같은 저울에 올리기 어려운 이유다.

해외에서는 이런 우려가 규제와 주민 반발로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8일 42개 주 142곳에서 데이터센터 증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주민들은 전력·물 사용과 전기요금 상승, 불투명한 인허가 절차에 항의하며 지역사회의 동의와 사업자의 비용 부담을 요구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지난 15일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사용을 규율하는 '호주 AI 표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용량에 상응하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전력 안정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 사업자가 추가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의 외부효과를 관리하려는 규제와 주민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호주도 데이터센터 투자유치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국도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외부효과의 비용을 사업자가 어느 수준까지 부담하게 할지, 사용하는 전력을 어떻게 탄소배출 없는 전력으로 조달하도록 할지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다. 그러나 '필수'가 원칙 없는 증설의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이제 '얼마나 많이'만큼 '어떻게'도 고민해야 한다.

권다희 산업1부 차장 /사진=권다희
권다희 산업1부 차장 /사진=권다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