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볍고,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사람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배터리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미국의 배터리 소재 기업 실라(Sila)의 글렙 유신(Gleb Yushin)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12일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최신 배터리 트렌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실라는 포스코퓨처엠과 실리콘 음극재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이다. 미국 워싱턴주에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신 CTO는 "배터리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을 높일 수록 더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가 된다"며 "전기차와 로봇이 더 긴 시간을 활동할 수 있고, 충전 속도 역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대비 에너지 저장용량이 최대 10배 많고, 초급속충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비싼 가격과 실리콘 특유의 부풀어 오르는 성질로 인해 저함량(10% 내외) 제품이 현재 포르쉐·아우디·테슬라·현대차그룹·BMW 등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이 실리콘 함량을 끌어올려 고성능 배터리를 만드는게 과제라는 점을 유신 CTO가 언급한 것이다.
실리콘 음극재에는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해 에코프로, HS효성, 대주전자재료 등의 기업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유승재 포스코퓨처엠 음극재연구센터장은 "2024년 5월 실리콘 음극재 데모플랜트(실증 설비)를 가동한 이후 업체들과 상용화를 협의 중"이라며 "흑연계 음극재 대비 5배 높은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독자적인 코팅 기술을 적용해 팽창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풀린다면 실리콘 음극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전략 소재화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궁극의 고성능 배터리로는 전고체가 꼽힌다.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과 성능을 극대화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SNE리서치는 전고체 시장이 연평균 18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400억 달러(약 59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도 자율주행·UAM(도심항공교통)·휴머노이드 등 미래형 애플리케이션의 구동을 위해서는 안전하면서도 출력이 높은 배터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고체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의 경우 2029년, 휴머노이드 로봇용 무음극계 전고체를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내년 전고체 양산 계획을 발표한 삼성SDI는 황화물계로 전고체를 개발 중이다. SK온은 황화물계와 함께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등 2가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시장의 개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현재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질 대비 약 150배 수준이라서다. 배터리업계는 이 가격을 15~20배 수준까지 낮춰야 전고체 배터리의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고체 시장의 확장은 소재사들에게도 기회다. 에코프로는 2023년부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고체 양극재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대량 양산 시점은 2029~2030년 전후다. 정현수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본다면 현재 기술 수준이 이미 90점에 근접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내년 파일럿 양산이 목표로, 고객사 납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