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뚫고 R&D에 '조 단위' 쓰는 K배터리..중국과 격차는 여전

박한나 기자
2026.04.09 17:40

[배터리체크포커스]<4>미래 배터리 쟁탈전③생사를 건 배터리 기술개발

[편집자주] 배터리 산업은 한 때 '제2의 반도체'로 여겨졌다. 기업들은 수십조원을 투자해 전세계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의 굴기로 K배터리 밸류체인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국내 배터리 3사 R&D 투자 추이/그래픽=김지영

K배터리가 수년간 지속된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R&D 투자 규모는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 한 곳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다.

9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3사의 R&D 투자 규모는 총 3조609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4.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3사의 합산 영업손실이 1조3081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늘린 것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래 기술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SDI는 R&D 집행 규모와 매출액 대비 비중 모두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72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R&D에 1조4209억원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10.7%에 달했다. 2022년 처음으로 R&D 투자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연평균 약 1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 전년 동기(1억882억원) 대비 22% 증가한 1억3278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5.6%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분사 이후 지속해서 R&D 투자 규모를 키워왔다. 올해 역시 연간 기록 경신이 목표다.

SK온의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3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전년 1.97%에서 지난해 0.55%로 낮아졌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 구도다. CATL은 지난해에만 약 220억 위안(약 4조8277억원)을 R&D에 배정했다. 이는 한국 기업 3곳의 연간 투자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체급 차이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CATL의 경우 지난 10년간 누적 R&D 지출만 900억 위안(약 19조6722억원)을 넘는다. 이같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나트륨 배터리 양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전고체 배터리 역시 파일럿 단계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만 60억 위안(약 1조3115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서며 전방위적인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일 기업이 아닌 기업과 정부가 결합된 구조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영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현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울산과 경북 포항, 충북 오창, 전북 새만금 등 주요 이차전지 클러스터가 지정된 상태"라며 "신규 투자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R&D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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