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잡으려다 시장만 꼬였다..단통법 판박이 '석유 최고가격제'

박한나 기자
2026.04.13 17:30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역 봉쇄를 예고하며 국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는 1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오후 12시 45분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8%넘게 급등한 104.84달러에 거래중이다. 브렌트유 선물 역시 7% 넘게 상승한 102.1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26.4.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자영 주유소 가격이 직영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뚜렷해지며 유통 구조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30여년만에 꺼내든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장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셋째주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은 자영 주유소가 리터(ℓ)당 1994.27원, 직영 주유소(1961.61원)보다 32.66원 더 비쌌다. 일반적으로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 가격이 더 저렴한데 이례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같은 가격 역전은 7주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자영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직영보다 18~20원 정도 낮았다. 그러다 3월 첫째주에 직영 주유소 가격이 10.06원 더 싸졌고, 둘째주에는 가격 차이가 89.50원까지 벌어졌다. 이달(4월) 들어서는 첫째주에 자영 주유소 가격이 직영보다 105.80원이나 높아졌을 정도로 해당 격차가 더욱 커졌다.

정유사들이 3월초부터 직영 주유소 가격을 선제적으로 인하한데다, 정부가 지난달 13일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가격 반영 속도가 엇갈린 결과로 보인다. 정유소가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의 경우 가격을 즉각 반영한 반면 고가 재고를 보유한 자영 주유소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름값 역전 현상이 지속된다면 자영 주유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의 가격 통제가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지난해 폐지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빼닮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단통법은 정부가 과열된 보조금 경쟁을 억누르고 소비자 차별을 줄이겠다며 이동통신사의 단말기 구매 보조금을 7일마다 사전 공시하고 유통점의 추가지원금도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한 제도다. 이런 취지와 달리 가격 왜곡만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일몰하는 방향이 맞다"며 "가격을 올려 소비를 억제하되 취약계층에게는 유류 쿠폰이나 에너지 바우처의 지급을 확대하는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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