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개방'서 '봉쇄' 급선회…호르무즈 전략 속내는

트럼프, '재개방'서 '봉쇄' 급선회…호르무즈 전략 속내는

정혜인 기자
2026.04.13 16:12

[미국-이란 전쟁] 이란 자금줄 차단으로 협상 우위 노려…
전면전 공습 부담 속 '현실적 압박 카드'라는 평가…
유가 급등·무력 충돌 위험, "최악의 선택"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둘러싼 기존 태도를 뒤집고 '봉쇄'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란과의 외교적 해결을 자신하며 해협 '재개방'을 시사했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이란의 경제 동력인 원유 수출을 차단, 협상 우위를 확보해 이란의 '핵 포기'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전면전을 피하면서 압박 효과를 극대화할 선택지가 많지않은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골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도착 후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와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열리던 전날 플로리다주에서 골프를 치고,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도착 후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와 이란의 첫 종전협상이 열리던 전날 플로리다주에서 골프를 치고, 이종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했다. /AFPBBNews=뉴스1

이란 '돈줄' 겨냥한 실리적 계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명령한 배경에는 철저한 '실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란 정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수출길을 막는 것은 정권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非)군사적 수단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산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미국이 이곳을 통제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차단되고, 외화 수입 급감은 곧 국가 재정과 경제 전반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봉쇄에는 국제사회의 '고유가' 압박 속에서 일부 완화됐던 이란산 원유 판매 제한과 그간 유지돼온 우회 거래까지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이 그동안 '호르무즈 봉쇄' 위협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온 흐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 결렬 직후 SNS(소셜미디어)에 뉴스 하나를 공유했다. 해상 봉쇄 전략에 관련한 보도였다. 이란에 대해서도 유사한 접근을 할 것으로 관측됐는데 실제 맞아떨어졌다. 미국 국방부 출신인 매슈 크로니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봉쇄 전략의 효과를 확인했다"며 "이 같은 방식이 이란 정권을 압박하고 딜레마에 빠뜨릴 수 있는 수단이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한 미국인이 '트럼프는 살인자'라는 푯말을 들고 미국-이란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한 미국인이 '트럼프는 살인자'라는 푯말을 들고 미국-이란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해협 봉쇄, 전면전 부담 속 '위험한 승부수'"

트럼프 대통령의 '봉쇄' 명령은 미국이 직면한 군사적 부담과도 맞닿아 있다. 이미 6주간 이어진 전쟁으로 핵심 탄약 비축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 군사 행동에 대한 부담은 커진 상태다. 여기에 중동 분쟁 확대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까지 고려하면, 대규모 지상전이나 전면 공습 재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지다.

결국 호르무즈 봉쇄는 전면전이라는 파국을 피하면서도 이란 정권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최선의 압박 카드'로 읽힌다. 이란의 주요 인프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를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해상 봉쇄를 통해 상대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 같은 승부수가 의도대로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 봉쇄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는 즉각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돌파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에 대해 "이란 핵무기를 막기 위한 비용"이라며 단기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휘발유 가격 상승은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위험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최악의 선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WSJ는 미 해군이 이란 해안과 가까운 좁은 해협에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이란이 오랜 기간 고강도 제재를 견뎌온 '제재 내성'을 고려하면 자금줄 차단만으로 단기간 내 이란의 '핵 포기' 약속을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WSJ는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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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국제부 정혜인 기자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눈에 띄는 흐름을 포착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과 시대의 이야기 '트민자' 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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