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민들이 3단계 사업은 언제 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입니다."
해발 약 1000m, 강원도 태백시 가덕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17기의 풍력 터빈. 이 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는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이하 가덕산풍력발전)'의 한기덕 대표는 지난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가덕산 풍력단지에 대한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렇게 전했다.
가덕산풍력발전은 한국동서발전·강원도·태백시·코오롱글로벌·지역 기업 동성 등 5개 주주사가 참여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2018년 착공해 두 단계에 걸쳐 총 64.2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운영 중이다. 2028년까지 약 100MW로 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며, 이르면 올해 말 3차 사업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기덕 대표는 "3단계 발전단지 건설과 함께 발전단지를 따라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는 등 관광단지 개발도 구상 중"이라며 "풍력발전을 관광 자원화해 관광객을 유입하고, 방문객들이 풍력발전기를 체험하며 풍력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은 태백시·강원관광재단·한국에너지공단 강원본부·한국기후변화연구원과 '육상풍력 관광자원 개발을 위한 협력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인 단계다.
가덕산풍력단지가 단순한 발전소를 넘어 관광지로의 도약을 구상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안정적인 수익성이 있다. 가덕산풍력발전은 지난 8일 지난해 현금 배당액을 162억 원으로 발표했다. 전년도(85억 원)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이로써 주주들은 약 5년 만에 투자 원금을 모두 회수했다. 최대 주주인 동서발전은 지난해 55억 원, 강원도는 42억4000만 원의 배당 수익을 거뒀고, 태백시(28억7000만 원), 코오롱글로벌(32억4000만 원), 동성(3억2000만 원)도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가졌다.
별도로 이 사업은 태백시 주민 투자자에게 20년 만기, 연 11% 수준의 채권 이자도 지급한다. 1000만 원을 투자할 경우 약 9만 원, 3000만 원을 투자하면 약 27만 원의 월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태백시민이면 공모 기간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1단계 사업에는 주민 255명이, 2단계에는 226명이 참여했다. 태백 소재 법인도 각각 1곳과 3곳이 참여했다. 주주들은 향후 15년간 더 배당을 받고, 채권에 투자한 시민들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수익을 얻게 된다.
이 같은 성과의 전제는 우선 태백의 바람이다. 가덕산 일대는 연평균 풍속이 초속 7.5~8m에 달하고 난류가 적어 '질 좋은 바람'으로 평가된다. 풍력발전에서 단순한 풍속보다 중요한 것은 바람의 안정성인데, 이 지역은 이용률이 30%를 웃도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입지다. 실제 가덕산 풍력단지는 32~33% 수준의 이용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수한 풍황이 전부는 아니다. 가덕산의 차별점은 바람을 '어떻게 사업으로 엮었는지'에 있다. 바람이 좋은 지역에서도 인허가 문제로 지연된 육상풍력 사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덕산풍력발전은 광역·기초 지자체와 공기업, 민간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택했다. 토지 소유주인 강원도가 주주로 참여하고, 사업 부지가 위치한 태백시는 주민수용성 확보를 맡았다. 공기업인 동서발전과 민간 사업자는 사업 추진을 담당했다. 각 참여 주체가 자신의 역할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의 사업을 설계했다. 바람이라는 자연 자원 위에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강점을 얹어 만든 구조가 수익과 지역 변화를 동시에 만들어낸 것.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광역지자체가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은 전례가 거의 없어 행정안전부 승인 과정에만 수년이 소요됐다. 그럼에도 각 주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인허가 기간을 줄이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기반이 됐다. 민간 사업자 단독으로 추진했다면 수익률은 더 높았을 수 있지만, 인허가나 주민 수용성 확보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공공만으로 추진하기에는 자본과 사업 추진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 가덕산은 이 두 한계를 동시에 피한 구조였다.
태백시의 역할도 컸다. 태백시는 이미 2004년부터 매봉산 풍력단지를 직접 개발·운영하며 풍력사업 경험을 축적한 몇 안 되는 기초지자체다. 이 과정에서 쌓은 풍황 분석과 민원 대응, 주민 설득 경험이 가덕산으로 이어졌다.
매봉산 사업 당시 태백시 경제교통과 신재생에너지팀에서 실무를 맡았고, 2021년 에너지정책팀장으로 가덕산 사업 참여를 주도한 김대승 씨(현 태백시 황지동장)는 "매봉산을 태백시가 약 10년간 직접 개발·운영하면서 풍력발전이 지자체 수입과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며 "풍력은 바람이라는 자산을 활용해 지역에 실질적인 효용을 만들어내는 드문 사업"이라 했다.
실제 가덕산 사업 추진 과정에서 태백시는 수년간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초기에는 반대가 적지 않았다. 가덕산 단지 인근 원동에는 약 30가구가 거주하는데, 주민들은 소음과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해 사업 초기에 거세게 반대했다. 원동의 이억재 통장은 "시작할 때는 모두 반대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지지하고 있고, 소음 문제도 크지 않아 3차 사업도 필요하다고 여기는 게 마을의 분위기"라 전했다.
김대승 동장은 "가덕산 역시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라 5년 가까이 여러 마을 분들을 만나 '마을에 도움이 된다', '기후변화 대응이나 에너지 전환에 꼭 필요하다'라는 점을 충분히 설득했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이었다"며 "이제 인근 주민들은 가덕산풍력단지가 생겨서 행복하다 하실 정도로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