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총파업은 눈에 보이는 생산 차질보다 더 깊고 치명적인 '구조적 비용' 상처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장기적인 회사 경쟁력 저하는 결국 노조도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는 경고다. 노사 모두 투명한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단순한 임금 협상의 문제가 아니다"며 "신뢰, 투자, 공급망, 국가 경쟁력까지 동시에 건드리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의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결국 노조도 오랫동안 이 비용을 고스란히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존중하지만 권리 행사에 따르는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 폐지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며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올해 삼성전자 추정 영업이익(305조원)을 감안하면 요구 규모는 약 45조원에 달한다.
송 교수는 "파업은 장부에 반영되는 생산 차질보다 훨씬 깊고 치명적인 '구조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객사 이탈과 공급망 재편 등 신뢰 손실 △투자 지연과 경쟁력 약화 △단기 가격 왜곡 △협력사 생태계 붕괴 △외국인 투자 감소와 자본 비용 상승 등을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꼽았다.
특히 '신뢰 자산' 소멸을 핵심 리스크로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공급업체 선택 기준은 가격보다 안정성과 신뢰가 중요한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삼성전자가 수십 년간 구축해온 공급 안정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주문 감소를 넘어 구조적인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도체 고객사는 공급업체 변경 시 막대한 시스템 구축 비용과 공정 검증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 재편된 공급망은 되돌리기 어렵다.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생산과 수익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집행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송 교수는 "현재 전 세계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주도권을 두고 엔비디아, TSMC, 인텔 등이 사활을 건 '초(超)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미칠 충격도 적지 않다. 앞서 KB증권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을 고려할 때 파업 발생 시 D램 공급은 3~4%, 낸드는 2~3%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메모리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
파업 영향은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와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가동률 하락은 협력사들의 연쇄적인 경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반도체가 국내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파업 리스크는 한국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 전반을 불안정하게 인식할 경우 외국인 투자 감소, 자본 조달 비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조의 집회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노조는 총파업 돌입일에 맞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사 갈등이 사적 공간으로 확장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23일 집회에서도 이 회장 등 경영진을 조롱하는 행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송 교수는 비효율적인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찾았다. 기업은 실제 지급 여력을 보수적으로 제시하고, 노조는 파업 효과를 과장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비합리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성과급 산정 기준의 객관화 및 정례화 △구간형 성과공유제 도입 △독립 중재·검증위원회 상설화 △노사 공동 투자위원회 운영 △공급망 연속성 계획 수립 △파업 전 의무적 냉각기간 및 신속 조정 절차 등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삼성전자 파업 문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시스템의 문제'"라며 "갈등 비용이 시장의 회복 탄력성을 훼손하기 전에 노사 모두 투명한 정보 공유와 합리적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