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의 성과급을 요구하는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들을 향해 "동료로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 집회를 예고하는 등 투쟁방식을 두고도 상식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거세다.
27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4·23 투쟁결의대회를 마치며'라는 공지를 올렸다. 지난 23일 경기 삼성전자 평택공장 인근에서 약 4만명이 모인 집회를 진행하고 주말을 거친 뒤 입장을 낸 셈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삼성전자에 '더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경고를 보냈다"며 "단 하루의 집회만으로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량 58% 감소,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18% 감소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총파업 18일의 기간에 가져올 30조원의 공백(직접손실 추정액)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며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더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산업에 미칠 타격을 자랑스럽게 공표한 한편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들을 겨냥해서는 압박을 가한 모양새다. 현재 삼성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선 폐지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다음달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치 등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15%는 약 45조원으로 추산된다.
삼성노조는 파업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한 직원이 다른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냈다. 경찰은 노조의 조직적 개입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노조가 파업 개시일(5월21일)에 이 회장의 자택에서 집회를 열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진다. 기업경영이라는 공적 활동의 이슈를 사적 문제로 끌어들여 개인의 사생활영역을 공격하는 행태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를 비판하는 주주단체는 맞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성과급 40조원 요구와 세계 최고 반도체공장 폐쇄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더이상 삼성전자 500만 주주는 방관하거나 지켜볼 수만 없는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며 우려했다.
근본적으로 노조의 요구 자체가 무리수라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잇따른다. 우선 대법원이 최근 판례에서 '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성과급을 놓고 국가경제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반도체공장 파업을 시도한다는 게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로서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히는 대만 TSMC의 경우 성과급 규모 등을 노사협상 자리가 아닌 이사회가 결정한다.
아울러 투자세액공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동안의 국가적·국민적 지원을 쏟아온 반도체산업의 열매를 직원들이 독식하겠다는 발상도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반도체가 적자를 냈는데 이때는 직원들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냐"고 반문한 뒤 "세금이나 채권자에게 줄 이자 등이 계산되지 않은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내놓으라는 건 대법원 판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