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벌고 가전은 적자?…삼성 갈등 '물적분할'까지 번졌다

김남이 기자,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4.29 17:24

삼성전자 물적분할까지 거론...재무부담 등으로 현실성은 낮아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사진=김근수

삼성전자 내부 성과급 갈등이 격화되며 '물적분할'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과 스마트폰·가전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한 법인에 존재하는 삼성전자 특성이 노사 갈등은 물론 직원간 대립으로까지 번지면서 분사까지 언급된 것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과거부터 물적분할 필요성 등이 제기됐지만 총파업 예고 등 노사 갈등으로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다만 재무적·전략적 부담을 감안하면 실제 분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요구하며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증권가가 예상한 삼성전자 추정 영업이익(305조원)을 감안하면 요구 규모는 약 45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수익 구조다. 올해 이익 대부분이 DS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노조 요구가 반영될 경우 성과급 수혜 역시 DS에 집중되는 구조다. 반면 DX 부문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어 내부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DX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노조 탈퇴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과 DX부문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이지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가 최근 정부에 '물적분할'까지 거론한 것은 교착 상태에 빠진 임금 협상과 회사 내부 갈등 심화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 문제를 둘러싼 편가르기와 상호 비판까지 나타나 조직 문화 훼손 우려도 나온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전사 실적을 받쳐온 DX부문의 공헌도 외면하기 어렵다. 2023년 DS부문이 14조9000억원의 손실을 냈을 때 MX(모바일경험)사업부가 13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회사를 지탱했다. 과거에는 휴대폰을 팔아 메모리의 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등으로 원가가 올라간 MX부문마저 연간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법인 내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한쪽은 수혜를, 한쪽은 손해를 보는 구조다.

DS부문과 DX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 사업부별 손익에 따라 성과급을 독립적으로 책정할 수 있어 보상 갈등을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서로 다른 산업 구조가 한 법인에 공존하는 경우 동일한 보상 체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재무적 부담 큰 물적분할 가능성 낮아..내부 심각성 보여주는 신호

다만 시장에서는 물적분할이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카드로 보는 분위기다. 이번 발언도 실행 가능성보다는 최근 임금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는 분석이다. 해당 고위 관계자도 "물적분할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했다는 전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식매수청구권이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주주들에게 신설회사의 주식을 배분하지 않는다. 이에 일반주주의 권리 보호 수단으로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보유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1320조원(보통주 기준)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시총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 유출이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또 삼성전자 가치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을 분리한다는 점에서 DS부문의 물적분할 시도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설사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주주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고 해도 사들인 주식은 결국 자사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3차 상법 개정에 따라 보유하지 못하고 처분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이는 물적분할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반응도 부담 요인이다.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이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쪼개기 상장'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 중인 쪼개기 상장 규제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여기에 내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물적분할을 선택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 갈등은 보상 체계 문제인데 이를 지배구조 개편으로 풀 경우 오히려 더 큰 비용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번 물적분할 논의는 실행 가능성보다는 내부 갈등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도 "물적분할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그만큼 회사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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