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원 일감' K전력기기 슈퍼사이클…앞다퉈 증설 드라이브

김지현 기자
2026.05.02 10:00
전력기기 3사 2026년 1분기 수주/그래픽=김지영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신규 수주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공급자 우위 시장은 공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올해 1분기 수주잔액은 약 32조원을 넘어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1분기 약 2조6700억원(17억9700만달러)의 신규 수주를 기록하며 연간 목표인 6조2823억원(42억2200만달러)의 43%를 한 분기 만에 달성했다. 수주잔액은 78억88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효성중공업은 올 1분기 4조1745억원의 신규 수주를 올리며 수주잔액이 1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LS일렉트릭 역시 1분기 수주잔고가 5조6425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원) 대비 약 6000억원 증가했다.

실적도 동반 성장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영업이익은 25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효성중공업은 1523억원으로 48.8% 증가했다. LS일렉트릭 역시 1266억원을 기록해 45%가 늘었다.

K전력기기 성장 배경엔 북미 시장이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북미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76.5% 급증했다. 효성중공업은 전체 수주의 70% 이상을 북미에서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2월 미국 송전망 운영사와 7871억원 규모의 765kV(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전력기기업계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다.

LS일렉트릭도 북미 시장 확대를 지속한다.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1700억원 규모 배전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글로벌 전력 기업 블룸에너지와 약 3190억원 규모의 배전 솔루션 공급 계약을 추가로 따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각 지역 전력망 운영기구들이 765kV 중심 송전망 투자를 늘리고 있어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3사 모두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에서 추가 수요가 이어지면서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북미 생산법인에 약 2억 달러를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할 2공장을 건설 중이다. 울산 공장도 내년 말 완료를 목표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효성중공업은 북미 초고압 변압기 생산 거점인 미국 멤피스 공장을 2028년까지 증설해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한다. 앞서 2024년부터 진행 중인 증설은 올해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은 미국에서 배전반을 생산하는 유타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력기기 기업 중 한 곳인 미국 ABB는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북미 중심 데이터센터 신규 수주와 관련해 올해 내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 내다봤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북미에서) 빅테크, 유틸리티 등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고객들까지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