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 26배 커졌는데 규제는 그대로...동일인제 폐지해야"

"경제규모 26배 커졌는데 규제는 그대로...동일인제 폐지해야"

박종진 기자
2026.05.02 06:30

[갈라파고스 규제, 기업 총수의 족쇄]③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bjko@newsis.com /사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02.04. [email protected] /사진=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 즉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는 만들어진지 40년이 됐다. 경제계는 강산이 4번 바뀌는 동안 우리나라 경제환경도 완전히 달라진 만큼 이제는 없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동일인 지정으로 논란이 재점화됐지만 이와 별개로 진작에 없어져야할 낡은 규제였다는 입장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동일인 지정제도 자체가 오늘날 경제현실과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 해당 법은 1986년 국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우리나라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102조9858억원이었고 현재(2025년 잠정치)는 2663조원이다.

재계 관계자는 "1980년대처럼 국가 경제의 국제적 개방도가 높지 않고 기업규모도 크지 않은 경우에는 유효하게 작동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경제 규모가 26배 성장했고 국제교역이 활발한 개방경제로 변화했다"며 "특히 IT(정보기술) 기반의 새로운 사업형태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이 출현하면서 동일인 지정에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외국 국적을 가진 동일인 지정문제가 생기고 여기에 따른 실효성 문제, 국제 규범과 충돌 논란도 발생한다는 우려다. 예컨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의 기업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면 FTA 협정상 최혜국 대우 조항에 위반 소지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동일인이 계열사 신고를 누락할 경우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과도하게 처벌한다는 비판도 계속돼왔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지주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등 법인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동일인 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게 재계의 일관된 요구다.

또 공정위가 관례상 자연인인 동일인에게 매년 특수관계인 등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요청해온 것도 문제로 꼽힌다. 민간인으로서 강제조사권도 없는 동일인이 특수관계인의 개인적 투자내역까지 모두 확인해 보고토록 하고 어길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이다.

A기업 관계자는 "동일인의 친척은 3~4대로 넘어갈수록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이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하는 등 실무상 애로가 상당하다"며 "강제권한이 없는 동일인에게 관련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책임이 없으면 형벌이 없다는 원칙)에 위반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기업집단의 대표 법인이 지정자료를 제출하도록 변경하고 대표 법인이 파악하기 어려운 대주주 친족 등의 소유 회사는 공정위가 직접 해당 관련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친족의 범위도 논란이다. 요즘은 과거보다 친인척끼리 교류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 '혈족 4촌 이내, 인척 3촌 이내'를 직계가족으로 축소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기타 친족'으로 정의돼 있는 '혈족 5촌·6촌과 인척 4촌'도 걸림돌이다. 동일인의 지배력 보조 요건을 충족하면, 즉 기타 친족이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발행 주식총수 1%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경우 기타 친족도 친족 범위에 포함되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일일이 조사해야하는 탓이다.

B기업 관계자는 "5촌·6촌 등의 주식보유 여부, 채무보증과 자금대차 사실 등을 파악하는 일은 기업에 큰 부담"이라며 "'기타 친족'은 일률적으로 동일인 관련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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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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