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은 길잡이, 州는 디테일… 독일 투자 유치 이끄는 분업의 힘

베를린(독일)=권다희 기자
2026.05.10 17:00

[산업전환 돌파구, 독일에서 찾다]<1>반도체 특구 성공법②지방정부 '디테일'의 힘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전환(AX)·녹색 전환(GX)으로 요약되는 산업 변환기이자 '경제안보'로 대표되는 지경학적 전략이 주목받는 시대다.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어떻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ESMC 개요/그래픽=윤선정

독일 작센주의 TSMC 유치는 독일 특유 연방제가 구축한 '분업체계'의 결실로도 볼 수 있다. 연방정부가 입지 선정을 지원하고 주(州)정부는 실무를 도맡는 체계다.

연방은 입지 선정, 지방 정부는 기업 맞춤형 지원

외국 기업이 독일에 투자를 결심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연방정부 산하 독일 무역투자진흥청(GTAI)이다. GTAI의 저력은 독일 16개 연방주와 기업을 잇는 안내자 역할을 하는 데 있다. 기업의 요구사항을 분석해 후보지를 골라내는 과정을 GTAI가 맡는다.

GTAI를 통해 입지가 특정 주로 좁혀지는 순간, 본격적인 실무는 주정부 차원에서 진행된다. 이들은 지역의 산업 지형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로서, 특정 지자체만이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인센티브·인프라 지원·인적 자원 수급 방안 등 정책 패키지를 제공한다. 이러한 분업 시스템은 초기 의사결정 단계에서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각 주의 전문성이 결합하며 타국이 갖지 못한 '디테일' 발휘로 이어진다.

이는 각 주가 자신만의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켜 온 데 따른 정밀함 덕분이다. 작센주가 드레스덴의 반도체 산업, 라이프치히·츠비카우 일대의 자동차 제조업이 결합한 제조 거점이라면,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메르세데스-벤츠·보쉬·SAP 등을 중심으로 자동차·기계·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을 발달시켜 왔다. 바이에른주는 BMW·아우디·지멘스 등을 축으로 첨단 제조업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고,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에서 인근 라인란트팔츠주 마인츠로 이어지는 지역은 머크 등 제약·생명공학 분야 기업과 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독일 투자 사례/그래픽=윤선정

입지 확정 후 가동되는 주정부의 '디테일'

독일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이 같은 체계가 꽤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의 누적 프로젝트 수 기준, 독일은 세계 3위의 투자 목적지다. 산업별로는 디지털화(21%), 전자·로보틱스(16%), 모빌리티·물류(14%)에 집중됐다. 투자 유입의 원천을 살펴보면 단일 국가로는 미국이 전체 FDI의 23%로 가장 크고, 네덜란드(9%), 영국(8%), 룩셈부르크(8%), 프랑스(4%) 등 유럽 국가들의 투자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달 20일 베를린 소재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 청사에서 만난 마르쿠스 빈케 GTAI 투자지원 서비스 본부장은 "독일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은 처음에 독일의 환경이 다소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독일은 국가 및 지역 수준에서 강력한 지원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GTAI)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독일 내에서 이상적인 위치를 찾는 것을 돕는다"며 "이후 지역 경제 전문가들이 제안된 프로젝트를 검토해 인센티브와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시스템은 독일에 대한 사업 투자를 이해하기 쉽고 투명한 과정으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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