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이슈는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노사 대립을 넘어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중심으로 구성된 초기업노조의 요구안이 반영되면 영업이익의 15%(약 50조원 추정) 규모로 조성되는 성과급 재원이 대부분 DS부문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DX(디바이스경험)부문 등 다른 사업부문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DX부문 조합원들은 전사 공통재원을 확보해 영업이익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고르게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섭권을 가진 초기업노조는 전사차원의 이익 배분은 내년 교섭에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온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장기화된 협상과 파업 현실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적극 나서 협상을 실리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동운동의 전통적 가치였던 '연대 의식' 약화를 보여준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노동 시장 전반의 격차 완화나 사회적 연대라는 노동운동의 본래 가치가 후순위로 밀리고, '밥그릇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의 기본 전제는 노동자들의 사회적 연대"라며 "상대적 박탈감 등이 거론되는 삼성전자 노조의 모습은 전통적인 노사관계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대적 가치가 흠결된 상태에서 노조가 형성되면 내부 분열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협력사와 다른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 가치가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성과급은 노동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며 "생산 과정에 기여한 하청 노동자들과 각종 세제 지원을 제공한 국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이 같은 요구가 사회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와 노노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 속에서 11~12일 정부 중재 아래 돌입하는 사후조정 절차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노사 간 갈등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분명한 가운데 정부 또한 교섭 타결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점은 협상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합의가 나오지 못한다면 오는 21일부터 총파업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회사 측은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DS 부문에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고, 기존 '연봉의 50%'였던 성과급 상한 규정도 특별 포상을 통해 사실상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실적을 거둘 경우 특별 포상 수준의 보상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에도 경영 성과 개선 시 최대 75%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 활용' 외에도 '성과급 상한의 영구적 폐지' 등 성과급 산정 체계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쟁의행위 역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길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진행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와 고용노동부 간 3자 면담에서도 합의가 나오지 못했다. 대화를 지속하기로 한 것은 성과다. 노조는 "삼성전자도 사후 조정 절차에 돌입한 점을 고려해 조금 더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기본급 14.3%에 350만원 정액 인상과 1인당 3000만원의 타결금 지급,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임원 임면 통지 △성과배분 및 인력배치 때 노조 의결 필수 △회사 분할·외주화 때 노조 심의·의결 등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사항을 단체협약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측은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해 △6.2%의 임금 인상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