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상한 폐지하면 안돼"…40년 노동계 원로의 일갈

최지은 기자
2026.05.11 17:30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인터뷰…"성과급 상한 폐지 땐 산업 전반 풍선효과 나타날 것"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삼성전자 경영진은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 안 됩니다.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합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는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 사무총장은 삼성전자 경영진을 향해 "사후조정에서 어떻게든 합의해야 한다는 압박에 매몰되면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지적한 뒤 "삼성전자가 조정 과정에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면 다른 기업 노사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의 중재 아래 이날부터 이틀간 사후조정에 돌입했다.

한 사무총장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에 입문해 약 38년간 노동 현장을 지켜온 노동계 원로 활동가로 알려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결성을 주도했고, 민주노총 출범 이후에는 금속산업연맹 조직실장과 사회연대위원장을 맡으며 한국 노동운동의 흐름을 현장에서 이끌어왔다. 최근 10여년간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 노동운동과 진보 진영 내부의 폐쇄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기도 하다.

한 사무총장은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끝없는 치킨게임"으로 규정했다. 대기업 중심의 성과급 인상 경쟁이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앞서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상한 폐지에 합의하면서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왜 우리는 못 받느냐'는 요구가 커졌다"며 "삼성전자까지 상한을 폐지할 경우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다른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공공부문까지 성과급 요구가 번지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가 산업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 사무총장은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며 "직장에 취직해 성실하게 돈을 벌기보다 코인·주식·부동산 등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인식이 확산되면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에도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4.23.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노동운동이라기보다 이익집단화된 조직의 모습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노동운동의 핵심 가치였던 사회적 연대와 상생 대신 '실리'만 남았다는 비판이다. 그는 "노동운동이라면 최소한 평등과 연대라는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 노조는 오히려 그 가치를 부정하고 있다"며 "'우리가 성과를 냈으니 우리의 몫을 챙기겠다'는 식의 논리는 성과와 실리에 기반한 이익집단의 모습"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업 내부에서도 사업부 간 벽을 세우며 노동자 간 연대까지 무너지고 있다"며 "결국 극단적인 집단 이기주의로 흐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의 성장 역시 정부 지원과 사회적 인프라 위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한 사무총장은 "삼성전자의 성장 뒤에는 세제 혜택과 국가 인프라 투입도 있었는데 이는 외면한 채 모든 성과를 자신들만의 몫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적 반감을 키우고 있다"며 "노조가 초과이익 일부를 사회와 공유하자는 제안을 먼저 내놨다면 지금처럼 거센 반발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동계뿐 아니라 경영계 역시 성과급 문제에 대한 사회적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본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노조 중앙단체와 함께 국가 경제 상황과 산업 현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며 "한국 경영계는 지나치게 위축돼 있는데 이제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산업 단위에서 임금과 성과급 문제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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