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역대급' 수준의 임금·복지 패키지를 제안했지만 성과급 갈등에 가려지며 빛이 바랬다. 실제 회사는 6%가 넘는 임금 인상률과 초저금리로 받는 주택대출 도입, 자사주 지급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장기화된 협상과 파업 현실화 우려에 직원들의 피로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총 6.2%의 임금인상률을 노조에 제안했다. 기본인상률 4.1%와 성과인상률 2.1%로 구성됐다. 최근 삼성전자의 3년 평균 인상률인 4.8%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는 주택대출 신설도 약속했다. 연 1.5%의 저금리로 최대 10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한 제도다. 회사는 이를 2035년까지 운영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전 직원 대상 자사주 20주(1년 보유 조건) 지급안도 내놨다. 지난 11일 종가(28만5500원) 기준 약 570만원 규모다. 100만원 상당의 임직원몰(패밀리넷) 포인트 지급안도 포함됐다.
회사는 출산경조금도 대폭 상향했다. 기존 첫째 3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100만원 수준이던 출산경조금을 각각 100만원, 200만원, 500만원으로 3~5배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다년 단위 장기근속휴가 신설, 고정 OT(초과근무) 시간 축소(14시간→12시간) 등도 약속했다.
사실상 역대 최고 수준의 복지 패키지를 내놓은 셈이지만 성과급 갈등에 묻히는 모습이다. 지난 11일부터 진행된 사후조정에서 노사는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고, 이날 다시 협의에 들어갔다. 정부는 노사 양측 의견을 수렴해 조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상한의 영구적 폐지'가 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날까지 예정된 사후조정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정 종료 시한이 정해진 사전조정과 달리 사후조정은 기간 제한이 없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업 현실화 우려와 장기화된 협상에 피로감이 커지면서 실리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커지면서 당초 노조가 예상했던 성과급 규모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3월 회사와 협상 당시 영업이익 250조원을 기준으로 15%(37조5000억원)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증권가가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43조원 수준이다. 회사 제안대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도 34조원을 웃돈다. 회사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 경쟁사를 확실히 뛰어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성과급 재원을 올해 투입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 합의해달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다른 게시자는 "(파업) 예상 손실이 30조원 가까이 된다는데 너무 일이 커지는 것 아닌가"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DX(디바이스경험)부문과 DS부문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한 동행노조는 지난 10일 교섭권을 가진 초기업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강한 연대, 강한 힘은 독단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며 "실질적인 소통과 포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