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을 일주일 앞두고 삼성전자와 정부가 재협상 카드를 꺼냈지만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노사간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계획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대화 제안마저 거부할 경우 '타협보다 파업을 택했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에 "노사간 추가 대화를 제안드립니다"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을 통해 "최근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사후조정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각각의 의견을 전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회사는 노사가 직접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중노위도 이날 삼성전자 노사에 오는 16일 사후조정 회의를 재개하자고 요청했다. 중노위는 "노사간 입장 차이를 자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노사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실질적인 교섭의 자리로 2차 사후조정회의 요청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사후조정은 노사 협상 결렬 후 중노위 조정마저 중지돼 종료된 사안에 대해 다시 재조정을 실시하는 절차다. 사후조정은 △노사 쌍방의 요청 △노사 중 일방의 요청에 상대방이 동의한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필요성을 인정해 권유하고 당사자가 동의한 경우 등에 개시할 수 있다.
회사와 중노위가 총파업 현실화를 막기 위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자고 제안한 셈이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총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총파업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노조의 재협상 여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노사와 중노위는 지난 11일부터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13일 오전 3시쯤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 제도화를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렬을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노조는 성과급 상한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사후조정에서는 '영업이익의 13%'까지 낮추는 대신 주식보상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선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제도 영구화가 어렵다면 '5년간 유지'도 제안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10년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회사는 사후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중노위의 조정 의견을 검토하는 도중 노조가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노사 양측에 공식 조정안 마련을 위한 검토안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검토안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현 제도 유지(상한 50%) △DS부문 매출·영업이익 1위 달성 시 OPI 외 추가로 영업이익의 12% 재원 지급 △특별포상의 2026년 및 유사 수준 경영성과 달성 시 지속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특별포상 재원 규모는 약 40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회사와 중노위가 추가 협상을 제안했지만 노조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상한 폐지 제도화와 투명화 계획이 있으면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먼저 성과급 상한폐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는 우선 노사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업을 일주일 앞두고 생산차질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관리상황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생산량 등을 조정하는 '웜다운(Warm-down)'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강제조정 절차인 긴급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긴급조정이 시행되면 노조는 쟁의를 중단해야 하고 30일 동안 쟁의를 재개할 수 없다.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파업만은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긴급조정권에 관한 질문을 받고 "대화가 절실하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