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 완성차 업체의 국내 시장 위협도를 저위협군에서 중위협군으로 상향한 것은 그만큼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접 판매뿐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간접 진출까지 모색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검증한 가격 경쟁력과 빠른 신차 투입 속도를 강점으로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는 중이다.이미 BYD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달 2023대로 전체 수입차 브랜드 4위로 올라섰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BYD의 등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커는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브랜드로 고성능 전기차와 첨단 사양이 특징이다. 지커는 올 하반기 자사 대표 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7X'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과거만 해도 가성비 이미지가 강했던 중국차가 이제는 디자인과 주행 성능,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앞세운 프리미엄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은 직접 진출에 더해 지분 투자와 기술 협력, 플랫폼 공급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국내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그랑 콜레오스는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브랜드 차량이지만 중국 업체의 기술과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 들어온 사례다. KG모빌리티(KGM) 역시 중국 체리자동차와 중·대형급 SUV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완성차 개발 과정에서 중국 업체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안방 시장 방어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내 시장은 판매량뿐 아니라 브랜드 영향력과 전동화 전략의 기반이 되는 핵심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과 상품성을 앞세워 입지를 넓히면 현대차그룹은 수익성과 점유율을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현지 현대차 기술연구소는 처음에는 중국 전용 모델 개발을 위해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부품을 국내에 역수입해 현대차와 기아 차량에 적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건비와 부품 가격뿐 아니라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도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과 기업 차원의 원가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