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조직 내부와 대외 신뢰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반도체(DS)와 모바일·가전(DX)부문 간 갈등은 결국 조합원 간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고, 조직 내 공동체 의식과 회사에 대한 신뢰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강성 노조 체제와 성과급 갈등 구조가 굳어지면서 앞으로도 유사한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0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DX부문 조합원 5명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이 열린다. 이들은 초기업노조가 노동조합법과 노조 규약이 정한 절차를 무시한 채 교섭요구안을 확정했다며 단체교섭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처분을 신청한 조합원들은 현재 교섭안이 사실상 DS부문 조합원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본다. 이들은 준비서면에서 "조합원 전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DS부문의 요구를 매우 강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DX부문의 직무 특성을 반영한 요구사항은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체교섭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고용노동부에 진정도 제기했다.
5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갈등은 조합원간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졌다. AI(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으로 DS부문은 막대한 성과급 지급 논의가 이뤄졌지만, DX부문 직원들은 협상 과정에서 소외된 상태다. 실제 회사가 사후조정 과정에서 제시한 특별보상안 역시 DS부문에만 적용되는 구조였다.
특히 협상 과정에서 나온 노조 집행부의 거친 발언은 내부 반발을 키웠다. 조합원 소통방에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직원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나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업부는 성과급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까지 나왔다. 이송이 초기업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조합원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분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조직 내부 분위기도 악화되고 있다. 임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회사 비판이나 막말, 인신공격이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직원들끼리 경쟁사 이직 정보를 공유하고, 신입직원들은 이직을 위한 스터디 조직까지 꾸리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여러 갈등이 나오면서 내부 분위기는 최악"이라며 "이미 지나간 문제까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 신뢰 훼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익명 게시판에는 "협상 결렬되면 다들 CXMT로 이직해서 기술 유출하겠다"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왔다. CXMT는 중국 최대 D램 업체 중 하나로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과 연관됐던 곳이다. 일부 조합원 소통방에서는 "코스피를 시원하게 빼보자"는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비판받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단순한 일회성 충돌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우선 대규모 성과급 확대와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JP모간은 삼성전자가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연간 21조~39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반복적인 노사갈등 재현도 문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강성 성향의 과반 노조가 등장했고, 향후 노조 요구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성과급 지급 방식과 제도화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해마다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변경된 성과급 체계가 통상임금과 퇴직금 산정 기준 미치는 영향을 두고 추가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부 고객에도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파업 직전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급망이 불안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실제 해외 고객사의 파업 관련 문의가 DS부문에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파업 기간 생산된 제품의 인수 거부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삼성 내부 공동체 의식과 조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며 "장기적인 조직 경쟁력 훼손이 더 심한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