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내도 수억원 달라는 노조의 '탐욕'…삼성은 '원칙'으로 맞섰다

박종진 기자, 김남이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20 16:15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2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결렬된 2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기가 펄럭이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 협상은 이날 정부 사후 조정 절차에서도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상 결렬로 앞서 예고한 대로 오는 21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2026.05.20.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

삼성전자가 적자 사업부에도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을 나눠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거부했다. 국가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파업을 무기로 노조가 압박하고 중재에 나선 정부도 노조에 힘을 실어줬지만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보다 회사를 지키고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할 원칙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사후조정 협상이 결렬되자 입장문을 내고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적자 사업부에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과급 상한을 폐지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무조건 더 많은 성과급을 주고, '제도화'를 주장하는 노조의 요구를 반영해 향후 3년간 이같은 보상시스템을 실시한 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성과급 배분 비율'이 문제가 됐다. 노조는 적자를 내는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도 수억원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게 전체 재원의 배분 비율을 주장해왔다. 중노위 역시 노조의 기존 요구안보다는 한발 물러섰지만 적자 사업부를 포함한 반도체 부문 전체가 나눠 갖는 비율을 높게 책정한 조정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단호했다. 사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고 규정하면서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저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나 다른 국내 주요 기업 노조들도 유사한 성과급 요구를 봇물처럼 쏟아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사 양측 모두 끝까지 대화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자율교섭이 재개된다.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노조는 예고된 대로 2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파업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30일간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강제 조정 절차에 들어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 단체 행동권을 통해 단체 교섭을 하고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위해 노력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적정선이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며 삼성전자 노조를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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