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된 직원 '운명공동체'로… 회사 의사결정·장기 성장 공유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5.28 04:03

삼성전자 임금협상 마무리
성장 과실 = 주가가치 상승
실리콘밸리 보상구조 통용
글로벌 핵심인력 확보 기대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7일 경기 용인시 기흥 삼성전자 더유니버스(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삼성전자 노사협상 결과로 확정된 특별경영성과급은 '영업이익의 10.5%'가 재원이다.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경우 올해 성과급만 1인당 6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다. 금액을 떠나 '영업이익 N% 성과급'이 다른 기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삼성전자에 도입됐다는 사실 자체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세후금액의 주식지급' 방식이다. 전체 성과급 규모에 대한 세금은 임직원 각자가 즉시 내야 하기 때문에 이 몫은 회사가 현금으로 주지만 나머지는 모두 자사주로 지급된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무조건 현금으로 사전 고정지급하라는 노동조합의 당초 요구가 주주가치 훼손, 비용구조 경직화 등 여러 부작용 우려를 증폭시켰다면 이같은 보상모델은 회사의 장기적 가치증식에 보다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우선 자사주 지급은 직원을 회사의 실제 주주로 편입시킨다. 일반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가 같아진다는 얘기다. 직원이 회사의 주인인 주주처럼 이익을 떼어간다는 이른바 '준주주화'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열린 이해관계자경영학회 정기세미나에서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으로 이는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며 노조의 준주주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보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합의는 이런 학계의 제언을 반영해 직원 역시 진짜 주주가 됨으로써 회사의 의사결정과 장기성장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실제로 회사 성장의 과실이 주가상승으로 연결돼 직원에게 직접환원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기존 주주의 이익과도 부합한다.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반도체산업의 특성과도 어울린다. 반도체는 호황기의 이익을 차세대 기술투자에 재투입해야 다음 사이클에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다. 직원들 사이에 주주로서 단기분배보다 장기성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현금성과급은 지급되는 순간 회사 곳간에서 빠져나가는 일회성 비용이지만 자사주는 직원이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게 만드는 도구"라며 "직원이 주주가 되면 회사가 잘되면 본인 자산도 늘어나는 만큼 단기성과보다 중장기 가치제고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단계적 매도제한 조치도 중요한 포인트다. 합의안에는 부여받은 주식에 대해 '3분의1 즉시 매도 가능, 3분의1 1년 매도제한, 3분의1 2년 매도제한' 조건이 걸려 있는데 이는 인재유출 방지효과가 있다. 핵심인재가 단기보상만 챙기고 경쟁사로 이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매년 성과급으로 주식을 받으면 그때마다 매도제한 주식이 이어지는데 중간에 자발적으로 퇴직하면 해당 주식을 회사에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방식으로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들이 수십 년에 걸쳐 정착시킨 모델이기도 하다. RSU는 근속연수와 성과 등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임직원에게 무상지급하는 주식이다. 애플과 알파벳, 메타, 테슬라 등 미국의 빅테크들은 오래전부터 핵심인재 유치와 유지를 위해 RSU를 적극 활용해왔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크래프톤, 두나무 등 주요 IT(정보기술)기업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스타트업들이 RSU 제도를 도입해 운영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와 동일한 보상언어를 쓰게 됐다는 점은 글로벌 인재확보 경쟁에서도 의미가 크다"며 "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보상구조를 갖춰야 글로벌 핵심인력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사주는 주가와 현금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전에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재무유연성 확보 측면에도 도움이 된다.

반도체산업은 막대한 R&D(연구·개발) 비용과 시설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타이밍산업'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연구·개발에 약 148조원, 시설투자에 매년 40조~50조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투입해왔고 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노조가 처음 요구한 대로 영업이익의 15%를 매년 현금으로 고정지급해야 한다면 호황기에 확보한 현금을 차세대 기술투자에 재투입할 여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편 재계에서는 자사주 지급방식의 성과급이 다른 기업에도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노조의 성과급 확대요구와 주주가치 보호, 회사의 장기성장 전략 등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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