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중국발 공급 과잉 품목으로 꼽혀온 분리막과 동박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억제 정책으로 공급 과잉이 완화되면서 가격 반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리튬 가격 상승으로 실적 반등에 성공한 양극재에 이어 국내 배터리 소재업계 전반의 업황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9㎛(마이크로미터)급 습식 분리막 가격은 톤당 9000위안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7000위안 선까지 내려갔던 것과 비교하면 약 28% 상승한 수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터리·태양광 등 전략 산업을 대상으로 과열 경쟁 억제 정책인 '반내권(反內卷)'을 시행하면서 공급 과잉이 일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은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생산능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공급 과잉 시장으로 꼽힌다.
동박 시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주력 제품인 하이엔드 극박을 중심으로 가격 반등이 뚜렷하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고부가 하이엔드 동박 중 일부 제품의 판가가 지난해 말 대비 50% 이상 올랐다. 또 같은 기간 동박 평균 판매 가격은 30% 이상 상승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지박 공급 축소 우려도 동박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지박 생산 업체들은 통상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회로박(CCL·PCB용 동박)도 함께 생산하는데 회로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생산능력이 회로박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전북 익산공장의 기존 전지박 생산라인을 전면 회로박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리튬 가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소재에서도 회복 신호가 잡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앞서 연초 리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은 이미 개선된 바 있다. 올해 1분기 에코프로비엠은 2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23억원) 대비 9배 이상 증가했고 엘앤에프 역시 영업이익 117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수산화리튬 평균 시세가 지난해 4분기 ㎏당 10.3달러에서 올해 1분기 18.5달러로 약 80% 상승하면서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에 래깅 효과가 반영된 결과였다.
전기차 수요 회복도 청신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BEV·PHEV) 인도량은 588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특히 유럽 시장은 156만대를 기록하며 27.3% 성장했다. 최근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이 전기차의 경제성을 부각시키면서 전방 수요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전반의 공급 과잉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 회복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하반기에는 소재 업황 개선세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