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간 종전 협상 타결로 가전업계가 중동발 불확실성을 일부 덜어내게 됐다.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높은 중동 시장의 소비 심리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해상운임과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전쟁의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전업계는 미국·이란 합의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업계는 그동안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원가 부담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해 왔다. 종전 협상 타결 이후에는 중동 지역 소비 심리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LG전자의 중동 매출 비중을 4~6% 수준으로 추산했다. 삼성전자의 중동 매출 비중도 한 자릿수에 그친다.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높은 시장인 만큼 소비 심리 회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불안 요인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고운임·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물류비와 원가 부담의 안정화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글로벌 해상운송 운임의 대표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2일 기준 2985.22를 기록하며 3000선에 근접했다. 이는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1333.11)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홍해 사태 당시를 제외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부피가 큰 가전은 선박 운송 비중이 높아 해상 운임 상승 시 물류비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실제 홍해 사태 직후인 2024년 삼성전자는 전년(1조7216억원) 대비 약 72% 증가한 2조9602억원을 물류비로 집행했다. LG전자 역시 같은 기간 물류비가 2조6242억원에서 3조893억원으로 약 17% 늘었다. 국내 가전 기업들은 통상 6개월~1년 단위로 운송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SCFI 상승분이 즉각 반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운임 흐름이 이어질 경우 차기 계약 과정에서 물류비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해상 운임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500원대에 머무는 원·달러 환율도 부담 요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1.4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지난 12일까지 1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했다. 가전업계는 주요 부품과 원자재, 물류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아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 악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물류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운송비와 부품 조달 비용이 동시에 증가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물류비와 환율 등 비용 부담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중동 수요 회복 역시 변동성이 남아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