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에 통행료?…캐나다·카자흐·아프리카서 원유 확보 다변화

박한나 기자
2026.06.24 16:30

[이란 사태가 남긴 것]②중동 원유 의존도 낮추기 선봉에 선 K정유사

한국 원유 수입선 다변화 현황./그래픽=김지영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만 걱정했는데 이제는 서비스 비용 명목의 통행료까지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최근 정유업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는 말이다. 이란 사태로 세계 원유 수송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새로운 비용 부담까지 부상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통항 관리 체계와 관련 서비스 비용 부과를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후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상시적인 비용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원유 도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으로는 새로운 공급망 체계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2월28일 발발한 이란 전쟁을 계기로 일어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는 점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자유롭게 실어나르던 시대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을 업계 전체가 절감하고 있다.

발빠른 움직임이 동반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원유 수입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71.5%였던 중동산 원유 비중은 2025년 69.1%, 2026년 1~5월 62.8%로 낮아졌다. 반면 북미산 원유 비중은 같은 기간 21.6%에서 26.6%로, 아프리카산은 1.7%에서 5.3%로 확대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추세 대로라면 올해 말 중동산 원유 비중이 처음으로 50%대로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사별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전략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산 원유 확보의 선봉에 서 있다. 최근 브라이언 진 캐나다 앨버타주 에너지·광물부 장관이 울산CLX를 직접 찾아 캐나다산 원유 도입과 처리 현황을 점검했다. 울산CLX는 캐나다산 초중질유를 안정적으로 정제할 수 있는 국내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무산담 로이터=뉴스1) 장용석 기자 = 15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2026.06.15.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무산담 로이터=뉴스1) 장용석 기자

GS칼텍스는 약 100만 배럴 규모의 카자흐스탄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원유를 도입했다. 황 함량이 낮고 휘발유·나프타 수율이 높은 경질유 계열 원유다.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의 협력 관계를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얀부항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일부 정유사는 최근 4년 11개월 만에 콜롬비아산 중질유 30만 배럴을 도입하기도 했다.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가 확대될수록 정유시설 투자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설비는 오랜 기간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최적화돼 왔다. 경질유나 초경질유를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중동 원유 도입이 늘어날수록 원유 배합 비율을 조정하고 정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원유 수입선 다변화라는 미션이 민관 합동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국가적 과제인 이유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질유 등 다양한 원유 도입 확대를 위한 설비 보강에 많게는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제조업이 떠안아야 할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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