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 전망의 배경에는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수요 급증이 있다. 실제로 AI 투자 확대와 추론 AI 시장 성장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은 물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수요도 늘고 있지만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AI 데이터센터와 AI 팩토리, AI PC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이어지면서 메모리 가격도 치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각각 58~63%, 55~60%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3분기에도 범용 D램 가격은 13~18%, 낸드 가격은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는 AI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AI 투자 규모는 지난해 3900억달러(약 586조원)에서 2027년 1조1000억달러(약 1653조원)로 2년만에 약 3배 증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호실적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성적표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매출 171조원,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3년(2023~2025년)간의 누적 영업이익(82조9000억원)을 단 3개월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535억3600만달러·약 82조원)와 애플(508억5200만달러·약 78조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기업으로 우뚝서면서 견조한 메모리 수요를 입증했다. 마이크론도 AI 데이터센터 매출에 힘입어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414억5600만달러(약 64조원)의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글로벌 HBM 시장에서 점유율 58.1%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D램과 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둔 SK하이닉스의 이같은 경쟁력에 주목하며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매도세에도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는 강하다"며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시장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주문을 넣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2027년 메모리 공급 부족은 2026년보다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2027년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은 각각 17%, 19%에 달하는 반면 웨이퍼(반도체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 생산능력 증가율은 각각 7%, 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반도체 시대에는 HBM이 필수인데 현재 이를 가장 잘 양산하는 기업이 SK하이닉스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엔비디아 최대 공급사로 기술력을 입증한데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ADR 흥행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