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1년…상장사 10곳 중 8곳 "이사회 운영 변화"

박한나 기자
2026.07.12 12:00
상법 개정 후 이사회 운영방식 변화(복수응답)./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 시행 이후 상장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이사회 운영 방식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1년, 경영환경 변화와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4.3%는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변화 없음' 응답은 15.7%였다. 이사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법무·준법팀 사전 검토 등 사내 점검 절차를 신설·강화했다'는 응답이 47.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외부 전문가의 법률·회계 자문 확대(45.7%), 이사별 찬반 의견 등을 포함한 이사회 의사록 상세 작성(43.7%), 안건 사전 배포 및 검토 의견 제출 절차 도입 강화(39.7%), 특별위원회 구성(14.0%)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경영에 이사회 운영방식의 변화가 미친 영향을 묻자 10곳 중 4곳(39.6%)은 의사결정의 책임성 제고와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10곳 중 2곳(22.4%)은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 의사결정 지연 등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다.

소송 부담도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업의 53.7%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이후 주주대표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 우려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반대로 소송 우려가 줄었다는 응답은 6.0%에 그쳤고, 40.3%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기업 경영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 기업의 21.7%는 투자나 사업재편 등 의사결정이 법적 검토 강화로 지연·보류·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71.7%, 의사결정이 더 빨라졌다는 응답은 6.6%였다. 지연된 의사결정 유형으로는 신사업과 인수합병(M&A) 등 신규 투자·사업 진출이 3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무·자본 조달(18.5%), 임원 선임·보수(16.9%), 자산 취득·처분(15.4%), 계열사 간 거래 및 구조 변경(15.4%) 순이었다.

아울러 내년 1월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제도에 대한 준비는 아직 진행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곳은 16.0%에 불과했다. 내부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조치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4.0%로 가장 많았고, 정관만 개정한 기업은 26.0%, 시스템 구축을 진행 중인 기업은 24.0%였다.

내년 7월까지 독립이사 선임 비율을 기존 4분의 1에서 3분의 1로 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52.8%가 후보자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미 독립이사 선임비율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47.2%였다.

기업들은 새로운 상법 체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정부와 유관기관의 정교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보완이 필요한 사항으로는 노조의 회사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판단 등 이사의 충실의무 가이드라인의 구체성을 보완(37.3%) 해달라는 목소리가 컸다. 이어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20.3%), '현장 실무자를 위한 법률·컴플라이언스 교육 지원'(12.7%) 등이 뒤를 이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상법 개정 이후 지난 1년간 기업들은 이사회 운영방식을 바꾸며 제도 준수에 힘써 왔다"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현장사례를 반영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무 부담을 덜어주는 현장 밀착형 정책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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